나 자신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주위사람을 통해 듣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그것이 객관적인 평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면 으레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먼저 질문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러한 식으로 대학도 평가할 수 있단다.

 지난 13일 조선일보는 작년에 이어 자사와 영국의 대학평가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사가 공동으로 진행한 ‘조선일보-QS사 아시아권 대학평가’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번 평가는 아시아 11개국, 국내 80개 대학을 포함한 448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평가 기준에는 학계평가, 논문당 인용수, 교원당 논문수를 지표로 하는 연구능력이 60%를 차지했다. 또한 전체 교원수 대비 학생수를 평가한 교육여건을 20% 반영했다. 이밖에 아시아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졸업생 평판도를 설문 조사해 지표로 삼은 졸업생 평판도 영역과 외국인 교원 및 학생 비율, 교환학생 비율을 분석해 평가한 국제화 영역을 각각 10%씩 반영했다. 평가 결과 충북대학교는 아시아 448개 대학 중 146위, 국내 80개 대학 중 26위를 차지했으며, 10개 국내 거점국립대학 중 8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이 평가자료를 언급함과 동시에 ‘왜’ 대학 간 순위를 매겨놓았는지 묻고 싶다. 이것은 엄연히 대학의 등급화를 조장하는 것이다. 물론 평가지표로 삼은 연구능력, 교육여건, 졸업생 평판도, 국제화의 영역 등에서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계기가 될 수는 있다. 대학을 평가하는 것은 대학별로 무엇이 부족한지, 어떤 면에서 노력해야 하는지 등의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다음 평가 때 좋은 결과를 도출 해 내기위한 취지에서 시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의 일부만을 보고 순위를 정해 등급화 시켰다는 점은 각 대학 학생들에게 심리적인 불쾌감을 안길 수 있다.

또한 몇몇의 평가지표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대학은 연구만을 하는 곳이 아니다. 학생들의 배움의 터라는 기능 또한 지니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연구능력의 지표를 사용한 것은 이해하지만 교육여건을 단지 ‘전체 교원수 대비 학생수’로 평가했다는 것과 교육능력에 대한 지표가 없다는 것은 평가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의심하게 만든다. 졸업생 평판도와 같은 결과론적인 부분이나 국제화와 같은 애매모호한 기준은 두말할 것도 없다. 영국의 QS사도 나름대로의 공신력을 갖춘 대학평가기관이라고 하지만, 대학을 등급화 시켰다는 점에 대해서는 옳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국립대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대학 간 경쟁’이라는 단어에 민감한 것 또한 사실이다.

 경쟁이라는 말을 들으면 ‘취업’과 ‘국립대 법인화’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것은 이제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대학을 평가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과연 무엇인가. 단지 대학 간의 경쟁을 위한 대학 자율화 추진인가, 아니면 정해진 기준에 따라 쌓는 스펙처럼 평가 기준에 맞추려는 대학의 노력인가? 이번 대학평가에 대한 기사는 필자로 하여금 여러 생각과 더불어 씁쓸함 또한 남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