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2,3층 사물함 삽니다. 원하는 가격 적어서 쪽지나 문자주세요.”

중앙도서관 및 형설관 사물함 분양 당일부터 사물함 매물을 구하는 학생들이 학교 커뮤니티 카페에 올린 글이다. 도서관 사물함 거래는 매번 있어왔지만 이번처럼 분양 당일부터 매물을 구하는 글이 여러 개 올라온 건 이례적이다.

학생복지위원회(이하 학복위)는 9월 14일, 15일 양일간 2학기 중앙도서관·형설관 사물함 1915개를 인터넷으로 분양했다. 14일에는 중앙도서관 2~3층 400개, 형설관 599개를, 15일에는 중앙도서관 4층 복도 및 사물함실 720개, 형설관 1~2층 196개를 분양했다. 학복위는 이번에 처음으로 인터넷을 통한 사물함 신청을 받았다. 학생들이 밤을 세워가며 사물함 분양을 받는 것이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그런데 사물함을 인터넷으로 분양한다는 소식이 올라왔을 때 학생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다. 인터넷 분양을 하게 되면 사물함이 꼭 필요하지 않은 학생들조차 ‘찔러보기 식’으로 신청할 거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분양된 사물함으로 용돈벌이를 해보려는 학생들이 매번 있어왔기 때문이다.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물론 이런 학복위의 결정에 적극 찬성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밤 세워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14일 오전 8시. 인터넷을 통해 실시된 사물함 신청은 시작된 지 10분이 채 지나기 전에 동이 났다. 이용방법을 확실히 숙지하지 못해 신청 버튼조차 누르지 못한 사람도 있었고, 낮은 컴퓨터 사양 때문에 접속조차 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아쉽지만 다음날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15일 오전 8시 30분. 30분이 지났는데도 사물함 신청은 여전히 불가능했다. 기다리다 지친 학생들은 분노를 표출했다. 학복위 전화는 불통이었다. 아침 수업이 있는 학생들은 결국 사물함을 포기해야만 했다. 사물함 신청은 9시가 지나서야 가능했다.

사실 여태껏 ‘아날로그’ 방식으로 사물함 분양을 하는 대학은 흔치 않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이미 인터넷 분양을 실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대학에서 ‘사물함 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고시나 취업 등 많은 책을 사물함에 두고 사용해야만 하는 학생들의 심리를 이용해 한 몫 챙기려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거액을 주고 사물함을 살 수밖에 없다. ‘명당자리’는 10만원을 넘어설 때도 있다고 한다.

학복위는 이 같은 폐단을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았어야 했다. 여러 대학에서 여전히 논란거리인데 굳이 그들과 똑같은 방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었다. 절반 정도만 먼저 인터넷 분양을 실시하는 단계적인 방법을 생각해볼 수도 있었고, 보증금을 올리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도 있었다. 문제점이 뻔히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인터넷 분양을 고집한 것이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했던 학복위의 이번 결정에 아쉬움이 남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