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는 건전한 학풍조성과 지도 및 자치능력을 배양하여 학생자치활동을 신장하기 위한 단체이다. 충북대학교 학칙 제 9장 제 56조에 따르면 ‘학생회와 기타 학생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어 학교 측에서도 자율적인 조직을 인정하는 부분이다. 현재 학내 모든 단과대학 및 이하 학과에는 그 누가 학생회 조직을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학생회가 조직되어 있다.

학생회가 하는 일은 다양하다. 여러 행사를 주관하거나, 학생 개개인이 할 수 없는 복지 및 편의시설에 대한 건의를 대행하기도 한다. 때로는 학생들로부터 모은 의견을 학교 측에 알리기 위해 앞장서기도 한다. 작년 이맘때 일부 교수와 학생들이 반대했던 체육진흥센터 및 골프장 건립 안이 그 좋은 예이다. 이렇듯 학생회는 자율적인 활동을 기반으로 학생들의 학교생활 전반에 관여한다. 요즈음 운동권 성격을 띈 학생회가 많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회의 필요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학생회가 없다면 학교생활이 재미없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하지만 학생회의 과한 자율성은 다른 측면의 문제점을 야기 한다.

최근 필리핀 어학분야 교환학생 신청 및 선발이 있었다. 이 중 A단대 학생회장과 B단대의 C학과 학생회장 및 일부 임원들이 교환학생으로 선발되었다는 제보를 접수했다. 이들은 작년 2학기 말에 학생들의 투표로 선출된 학생회 임원들이다. 하지만 임기가 다 끝나지 않았음에도

돌연 필리핀으로 떠나버렸다. 그냥 떠난 것은 아니다. B단대 학생회는 부학생회장이 학생회장의 모든 할 일을 대행하고 있고, C학과 학생회는 새로 학생회장을 내세워 새로운 학생회를 조직하였다. 이렇게 되면 업무상에는 문제가 없다. 학생회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율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규제할 학칙 또한 존재하지 않으므로 표면상으로는 별 문제가 없다.

문제는 교환학생에 지원해 떠난 당사자들의 책임감에 있다. 그들은 그들을 믿고 지지해준 학생들이 뽑아준 학생회다. 그리고 학칙에는 없지만 암묵적으로 1년간의 활동을 약속했다. 사정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이번 같은 사례는 학생회로서의 책임을 져버렸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물론 개개인의 스펙을 중요시하는 현대 취업난 속에서 교환학생의 기회가 흔히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욕심이 책임감을 앞질렀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다.

규제도 없고, 강제도 없다. 못하면 욕먹고, 잘해도 본전이다. 학생회란 원래 그런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생회를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구성한다는 점에서 가볍게 생각될지는 몰라도 그 의미는 전혀 가볍지 않다. 비록 학생회 활동을 통해 자신의 이력서 한 칸을 채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을지라도 책임의 무게는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