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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지수
인정할 줄 아는 용기
제 849 호    발행일 : 2012.05.26 

황보영(국어국문학과·12)

 고등학생 때 모의고사 성적표를 보며 내 미래에 대해 고민하던 시절, 성적이 노력한 만큼 나오지 않아 고민의 시간을 거듭하며 힘겨워하던 적이 있었다. 고민을 거듭해도 담담한 마음이 풀리지 않을 때면, 나는 종종 어머니께 조언을 구하곤 했었다. 하지만 나의 기대와는 달리, 그럴 때마다 어머니께서 항상 하시던 말씀은 ‘이 상황을 인정하라’는 것이었다.
 그 시절, 어머니의 ‘인정하라’는 말씀은 사실, 나에게 더 큰 고민으로 다가왔다. 어머니의 말씀이 ‘그게 너의 수준이니 인정하라’는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성적을 올리는 것에 혈안이 돼있었던 나에게 어머니의 이런 조언은 ‘성적을 더 올리려 노력하는 것을 포기하라’는 말처럼 들렸다.
 그러나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 나는 어머니가 말씀하셨던 ‘인정하라’의 의미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어머니가 말씀하신 ‘인정’의 의미는 내 자신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나를 판단하라는 말씀이셨다. 자신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나의 현재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지금의 나를 알아야 미래의 나를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내가 고민하는 이유는 현재의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보다 나은 미래의 나를 위해서다.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를 가장 객관적인 시각으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를 포기하려는 ‘인정’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정’을 하는 것이다.
 고등학생 때는 성적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졌었다면 대학생 때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같은 고민을 하기 마련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시작한 고민의 결론은 ‘이 친구는 나와 맞지 않아, 저 친구는 나와 생각이 달라’라는 식이다. 서로 너무 다르다고 생각되면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상대방의 방식을 무조건 비난하고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다. 이렇게 상대방의 방식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만 고집하는 친구들은 결국 갈등의 골만 깊어져 관계유지에 실패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틀림’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서도 필요한 것은 바로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태도다. 나와는 다른 상대방의 방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 그것은 내 방식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방식을 이해하고 타협하기 위한 과정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상대방을 인정했을 때, 비로소 나 자신도 그에게서 인정받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서로를 인정해주는 태도에서 비로소 타협하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부족한 자신을 받아들이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남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나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라 착각한다면, 이 또한 두려운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인정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일이며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혹시 당신은 지금 당신의 내면과의 갈등 혹은 타인과의 갈등으로 힘들어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당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것은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용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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