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최고로 많이 쓰이는 표현에 ‘오그라들다’가 있다. 이 말은 ‘본래 물체가 안쪽으로 오목하게 휘어져 들어가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대체로 ‘듣고 보기에 민망하고 부끄러워 짜증이 난다’ 정도의 뜻으로 사용된다. 소규모 온라인 집단에서 쓰기 시작한 이 표현은 점차 대중들에게 퍼져나가 이제는 책이나 인터넷 기사에도 등장하고 지상파 TV 프로그램에서도 자막으로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사람들은 ‘부끄럽다’, ‘낯간지럽다’, ‘민망하다’의 표현들을 한 방에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단어를 찾았다고 기뻐하지만 어쩐지 남발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든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누군가 무슨 말이나 행동을 할 때마다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표현을 무의식적으로 쓰는 것이 자주 목격된다.
사람들이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표현을 남발하는 이유를 꼽자면 현재 우리 사회에서 소위 매사를 무덤덤하게 여기며 개의치 않는 쿨한 태도가 대세인 것을 들 수 있다. 체면을 차리거나 부끄러움을 염려해 모두가 꺼리는 일을 거리낌 없이 하는 태도를 칭송하거나 어떤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것을 멋지다고 여기는 시대다. 이에 따라 쿨함은 우리가 당연히 갖춰야 할 미덕으로 비춰지고, 반대로 누군가가 자신의 생각에 대해 감정적으로 토로하거나 말하고자 하면 그들의 감정에 동조하기보다는 그것을 ‘오그라듦’으로 치부하며 조롱거리를 만들거나 비난하기에 앞장선다.
하지만 모든 일을 쿨하게 넘기고, 진지함을 우스갯소리로 만들어버리는 태도가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오히려 맹목적으로 쿨함을 좇고 타인의 반응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괜찮지 않은 것을 괜찮은 척하는 것이 더 위험한 태도일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결국 개인 생각과 감정의 폭을 좁아지게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심도 있게 탐미해야 할 학문과 시사문제들이 많지만 남발되는 ‘오그라듦’과 그 속에 담긴 비난의 뉘앙스는 이야기를 꺼내는 스스로를 위축되게 한다. 또한 이런 비난의 표현이 개인적으로 나누는 대화나 감정 교류를 막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결국 ‘오그라듦’은 무분별하게 확대 사용돼 어느 순간 사람들의 입에 자물쇠를 채우게 할 것이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도 가끔은 필요하다. 그러나 소통이 중요시되는 요즘 시대에 흘러넘치는 감성을 비웃고, 타인의 눈치를 보며 자신의 의중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보다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충실하고 그것을 표현하며 타인과 공유하는 사람들이 더 필요한 세상이 아닌가 싶다. 손발이 조금 오그라들면 어떠한가.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덧붙여 지금 필자가 쓰고 있는 글이 여러분을 ‘손발이 오그라들게’ 하지 않길 바란다.








민지수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