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사회학과, 06)
언론인 김어준은 그의 책 <닥치고 정치>에서 우리나라가 통일됐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으로 ‘섬나라 의식극복’을 꼽았다. 공간적으로 우리나라는 북한과 삼해로 둘러싸여 사실 상 섬이 되어 버렸고, 이로 인해 섬나라 특유의 폐쇄적인 문화가 형성되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문화를 형성하는데 있어 물리적 공간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섬은 섬의 문화를 만들고 대륙은 대륙의 문화를 형성하는 법이다. 이처럼 공간과 문화는 뗄 수 없는 관계이기에 건축가는 건물에 지향하고자 하는 가치를 담아 건축을 한다. 난 건축학도는 아니지만 이런 면에서 우리학교를 보노라면 충북대의 공간성(空間性)은 그리 좋지 못하다. 넓은 부지에 나무와 잔디가 어우러져 좋은 캠퍼스 풍경을 연출하기는 하나, 전체적으로 통일성이 없고 건물들이 각개로 단절되어 있는 느낌이다. 주된 이유는 학교 건물들을 하나로 묶을 중심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위치상 현재의 중앙도서관이 캠퍼스 중심부에 해당하는 데 도서관은 구심점이 되기 어렵다. 도서관은 그 공간의 성격상 주위를 정숙시키기 때문이다. 이 건물은 학생회관과 개신문화관, 그리고 솔못을 오가는 학생들의 활기와 분위기를 억누르고 있다. 이곳은 사실 중앙광장이 어울리는 공간이다. 충북대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만나 충대인만의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 말이다. 캠퍼스 중심부에 만남의 공간이 될 수 있는 곳을 잃어버림으로써 우리는 단절되었다. 현재의 도서관을 이런 면에서 보면 동쪽의 인문, 사회대 학생들과 서쪽의 공과, 자연대 학생들을 가르는 거대한 장벽에 불과하다. 오죽하면 공대생 스스로 자신들의 영역을 음지로 그리고 그 반대편을 양지로 표현하겠는가. 중심 공간의 부재는 우리학교 축제를 보면 잘 나타난다. 해마다 선거 때면 빠지지 않는 공약이 ‘즐거운 축제 만들기’이다. 난 우리학교 축제가 프로그램 구성 때문에 재미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좀 더 본질적으로 축제를 열 만한 장소가 없기 때문에 우리학교 축제는 재미없다. 축제라는 것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지나가며, 봤을 때 재밌고, 쉽게 녹아들 수 있어야 좋은 분위기가 형성된다. 그러기 위해선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장소에 축제 공간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우리학교의 경우 그 장소는 종전에 언급한 신학과 도서관, 솔못 근처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축제를 여는 것은 공부를 방해하는 행위로 매도된다. 매년 각종 행사를 주최하는 쪽과 도서관 근처에서 시끄럽게 하지 말라는 학생들 사이의 실랑이가 반복되는 까닭이다. 평소에는 잘 가지도 않는 정문 잔디밭까지 공연을 보러가는 길, 이것 자체가 스트레스이며 재미있는 축제와 거리가 멀어지는 길이다. 장소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우리학교 축제는 축제가 아닌 ‘가수 공연보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안타까운 공간은 학교 정문(正門)이다. 서울대의 정문이 그 자체가 상징이듯이 많은 대학교들의 정문은 상징적 공간이며, 캠퍼스를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아쉽게도 우리학교 정문은 하나의 상징이기는커녕 이상하게 휘어져 있을 뿐이다. 게다가 막 완공된 정문 옆 법학대학원은 정문을 캠퍼스에서 완전하게 지워버렸다. 거대한 규모와 세련됨으로 정문을 압도하였고 정문은 더 이상 충북대 캠퍼스를 하나로 묶지 못한다. 그곳은 이제, 그냥 입구이다. 법학대학원, 인문사회 교양강의동, 개신문화관, 학교본부, 모두 근래에 생긴 건물들이다. 모두 대리석 치장으로 세련됐다. 반면 오래된 건물들은 건축 당시 기법 때문인지는 몰라도 대부분 외관이 붉은 벽돌로 되어 있고 이로써 학교의 상징색인 자주빛을 내며 일체감을 형성하고 있다. 건물들이 모여 충북대만의 상징성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건물은 가치를 표현하며 수십년 남는 것이다. 이미 들어선 건물을 두고 어쩌겠냐마는 나는 우리학교 건물들이 거리의 흔한 건물들과는 다르기를 바란다. 중심 공간이 없기 때문에 축제가 재미없을 수 있는 것처럼 건물과 공간은 충북대생의 문화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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