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15일은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광복절이자, 21년째 일본대사관 앞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수요집회를 여는 날이기도 했다. 취재차 간 첫 집회 참여, 하늘도 이런 날인 걸 알았던지 이날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는 우산과 비옷을 입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비는 세차게 왔지만 2000명의 시민 참가자들은 한마음으로 평화로를 채웠다. 집회는 참가자 모두가 노래 ‘바위처럼’을 힘차게 부르며 시작됐다. 좋은 주제를 가지고 하는 집회가 아니기 때문에 무겁게 집회를 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집회는 활기차게 시작됐다.
집회 중간에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의 말씀이 있었다. 김복동 할머니는 고령의 나이 때문에 관계자에게 부축을 받으며 무대로 나왔다. 20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본 정부를 향해 집회하는 동안 우리 정부는 뭐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으로 그동안의 고통을 털어냈다. 김복동 할머니의 격양된 목소리에 눈물이 핑 돌았다. 항상 ‘참여해야겠다’는 생각만 했을 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집회에 참여하지 않고 취재 때문에 이제야 이곳을 찾은 것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이곳에 온 주목적은 ‘취재’지만, 어느새 "일본정부는 사죄하라”고 외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매주 집회에 참여하는 피해자들도, 함께 목소리를 높여주는 시민도 ‘마지막 수요집회’를 꿈꾼다. 하지만 집회는 길고도 길었다. 그동안 5명의 대통령과 해마다 5만 명가량의 사람들이 참가해 왔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21년 전과 같은 마음으로 오늘도 거리에 선다.
집회가 시작된 지 20년 만에 처음으로 참여한 내가 피해 할머님들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함께 맞는 시민과 집회에 참여하고 있노라니 왜 매주 반응도 않는 일본대사관을 마주 보고 서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우리나라를 활보하고 있는 일본 극우파와 일본 정부의 만행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냄비근성. 빨리 끓고 빨리 식듯이 어떤 일이 있으면 흥분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버리는 냄비근성이 위안부 문제에서도 보이는 듯하다. 요즘처럼 드라마 <각시탈>, ‘소녀상 말뚝 테러’ 같은 이슈가 터질 때 잠깐만 관심을 둘까 걱정이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리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7281일간, 만 19년 11개월 6일, 17만 4744시간 동안 계속된 수요집회. 피해자들이 60대부터 시작됐던 집회, 피해자들은 어느덧 21년이 지나 9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하루하루가 소중한 지금, 우리에게 더 이상의 시간은 없다. 지금까지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이 꼭 한번 집회에 참여해 우리나라의 뼈아픈 역사와 위안부 피해자들의 진심 어린 목소리를 느끼고 오길 바란다.








박소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