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물어불문학과·09)
얼마 전 경기도 파주시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규모의 책 축제인 ‘파주 북소리 2012’ 에 다녀왔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출판사 ‘한길사’의 주최 하에 개최된 대학생과 소설<프랑스 혁명> 작가 사토 겐이치와의 만남에 참석했다. 우리는 소설 내용을 비롯하여 다양한 사회문제 그리고 한일 간의 국제적 분쟁에 관한 그의 의견을 물었다. 한일의 갈등에 대한 질문은 처음에는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사토 겐이치 작가가 역사소설을 다루는 작가이니만큼 더욱 한일관계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하기도 했다.
나는 일본과 한국은 애증의 관계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사랑과 미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복잡 미묘한 관계랄까. 오래전 양국 간의 얄궂은 운명은 시작됐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수많은 충돌과 대립을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질긴 국제적 분쟁을 지속해왔다. 양국은 서로에 대한 악감정과 복잡한 이해관계들이 뒤엉켜 이제는 그 미움의 시작과 끝을 찾을 수 없을 정도가 됐다.
허나 모순적이게도 양국은 서로를 증오하면서도 반대로는 서로의 문화를 교류하고 배우고자 한다. 그들에게 K팝과 한국 드라마는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우리 또한 일본의 짙은 화장법과 독특한 옷차림새를 지향하는 갸루족이 신문화코드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광복절을 기념하여 배우 송일국과 가수 김장훈, 서경덕 교수가 한국체대 수영부 학생들과 함께 독도횡단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에 일본 외무차관은 배우 송일국에 대해 활동중단 및 입국금지령을 내렸다. 이번 일본의 발언은 한국 국민들의 반일감정을 격렬히 발화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필자는 ‘언제까지 우리의 아픈 과거를 들쑤시며 그들과의 싸움을 계속해야 하는 것일까’하는 이면의 복잡한 심경을 감출 수가 없다. 하지만 시작이 있기에 분명 배출구도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며칠 전 일본의 시민단체와 지식인들이 독도 및 센카쿠제도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과의 영토분쟁에 대해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들은 최근 격화된 한·중과의 갈등은 일본의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며 일본의 정부를 향해 자성을 호소했다.
내가 만난 역사작가 사토 겐이치 작가는 한일 간의 복잡한 문제는 기성세대들보다는 대학생과 같은 젊은세대들이 대화를 통해 조화롭게 해결해나가야 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오늘날 글로벌 시대의 2030 세대들은 국적의 경계 없이 타국의 친구와 자유롭게 왕래한다. 그는 서로에 대해 잘 모르고 적대적인 상황에서 시도되는 대화는 결국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국적 친구가 있는 젊은 세대들이 한일의 문제에 관하여 적이 아닌 친구로서 이야기를 나눈다면 자칫 의견충돌이 생기더라도 ‘왜 이렇게 생각할까’라며 한번 더 상대방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이어 이제는 서로에게 친근한 관계로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시대가 왔다고 단언했다.
애증이 고루 섞인 복합된 감정이란 것은 때때로 묘한 작용을 한다. 이는 더욱 첨예해진 양측의 대립상황을 완화시킬 열쇠로 작용할 수 도 있고 오히려 자물쇠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현실과 이상을 일치시키기 위해서는 대단한 끈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제 우리 청년들의 글로벌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남다른 끈기와 저력을 발휘할 시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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