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의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공자와 소크라테스 같은 인류의 위대한 스승들을 만나서 가르침을 청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하지만 미래로의 시간여행은 가능하지만 과거로의 여행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는 질량을 가진 물체가 빛의 속도 또는 그에 준하는 엄청난 속도로 움직인다면 ‘시간 지연 효과’가 일어나 미래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나 과거로의 여행은 결과가 원인에 선행할 수 없다는 인과율의 법칙이나 매 순간이 과거로 흘러간다는 단순한 사실을 떠올리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고향집에 가면 매일 밤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한다. 바로 일기장이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말이다.
2011년 9월 11일 일기다. “참담하다 못해 처참함마저 느껴지는 하루다. 나는 오늘도 열여섯 시간 분량의 공부를 계획하고 여섯 시간을 겨우 채웠다.”
이 년 전이었던 2011년 하반기, 8월의 고졸자격 검정고시와 11월의 수능을 연달아 보아야 하는 처지였던 나는 매일 수원에서 제일 큰 시립도서관으로 출근하고 있었다. 남들이 최종 정리를 하고 있을 때 교과서부터 펼쳐들고 개념정리부터 하던 형편이어서 더 열심히 해야 했지만 오랫동안 이어진 흐트러진 생활과 여러 가지 유혹 때문에 책상에 진득이 앉아있기 힘들었다. 도서관에 비치된 국내외의 각종 잡지, 신문, 소설책들과 화성 성곽을 따라 이어진 아름다운 가을의 산책로는 나를 끊임없이 유혹했다.
올해 초인 2013년 3월 17일 일기는 이렇게 적는다. “매일 매일이 흥분과 격정의 최고치를 찍는 나날들이다. 오늘은 그녀와 밥도 먹고 저녁 늦도록 캠퍼스를 걸으며 이야기했다.”
지금의 여자 친구와 연애 초기의 일기다. 오랫동안 좋아했던 그녀가 드디어 나에게 마음을 주기 시작하던 때였다. 지금 그때 일기를 보면 너무 감성적여서 우습지만, 그녀 생각으로 잠 못 들던 그때가 생각나서 가슴이 아련해진다.
지난날의 추억들이 담긴 일기를 읽으면 그때의 상황과 감정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어서 정말 즐겁고 행복하다. 또 이따금씩 답답하거나 생각이 정리되지 않으면 과거의 나를 만나면서 미래의 답을 찾아간다. 일기가 베푸는 가장 큰 효용은 가끔씩 축복처럼 찾아온 당시의 깨달음과 각오를 다시 읽고 나의 꿈을 생각하며 풀어진 삶의 고삐를 쥐게 해주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1주기였던 2011년 10월 5일, 우연히 “Stay hungry, stay foolish”로 유명한 그의 스탠퍼드대 강연을 보고 쓴 일기 내용이 바로 그렇다.
“잡스는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려는 일을 할 것이냐고 묻는다. 그렇다. 내 미래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확실한 것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뿐.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다. 나의 존재이유를 찾아야 한다. 내 꿈을, 내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해 더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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