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10월, 우리 학교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취재를 갔다. 그때 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우리 학교의 ‘디지털정보융합학과’의 졸속폐지를 지적하며 ‘무책임한 것이 아니냐’는 발언을 했다. 장시간 진행되는 국정감사에 지쳐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발언이 나오자마자 귀가 번쩍 뜨였다. 9월 2일자로 발간된 신문에서 디지털정보융합학과의 폐지에 대해서 취재한 것도 바로 필자였기 때문이다. 취재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도 ‘과를 만들었으면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말이다.
이번 총학생회 선거에서도 ‘책임’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 ‘ON&ON’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장의 사퇴 건이다. 필자는 총학생회 후보자 토론회를 취재하기 위해 현장에 있었다. 토론회 중 한 학생이 ON&ON 선거운동본부장을 지목해 그가 서포터즈팀의 팀장이었으나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팀을 탈퇴했다고 말하며, ‘이런 작은 서포터즈 활동에서조차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는 자가 선거운동본부의 중책을 맡고 있는데, 총학생회 임원으로서 직책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선거운동본부장은 자신이 활동을 하지 못한 것은 사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토론회 이후, 그 내용은 충북대학교 대표카페와 충북대 애플리케이션의 자유게시판에서 크게 논란이 됐다. 그리고 토론회 다음날 ON&ON 선거운동본부장은 자리에서 사퇴했다. 그도 물론 사정이 있었겠지만,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학생에겐 그는 ‘무책임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책임’을 떠안게 된다. 그것이 소소한 말로 한 약속에서 생긴 것부터일지라도 말이다. 위의 일들처럼 중요한 결정을 하며 생기는 것이나, 자리를 맡게 되며 생기게 되는 것은 더욱 그 책임이 크다. 책임이 클수록 그 무게를 지는 일이 힘든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책임의 무게를 지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책임을 어쩌다가 떠맡게 되는 다른 사람들의 부담을 생각하지 않은 채 말이다.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SNL코리아의 ‘대학생 조별과제 잔혹사 시리즈’ 역시 이러한 이유로 생긴 것이 아닐까 싶다. 자신이 맡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이들이 잔혹한 부담을 만든 것이다. 톨스토이는 “오늘의 책임은 회피할 수 있지만 내일의 책임은 회피할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이는 당장의 책임의 무게를 지지 않으려다가, 후에 더 큰 책임을 지게 된다는 이야기다. ON&ON 선거운동본부장이 사퇴로써 그 책임의 화살을 맞은 것처럼 말이다.
누구나 ‘어른이 되면 자유가 주어지지만,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으며 자란다. 어떤 사전에서는 성인, 즉 어른을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고 정의돼있기도 하다. 이를 보면 어른이 돼서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에 어른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 모두 작은 말에서부터 비롯된 책임을 지키는 것부터 시작해서, 인생을 살면서 지게 될 수많은 책임들을 질 수 있는 ‘진짜 어른’이 되자.








최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