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유치원에서부터 영어를 배우더군요. 초등학생들은 영어학원을 기본으로 다니는 것 같고, 중.고등학교에서 영어 공부 많이들 하셨지요. 우린 적어도 10년 이상은 영어를 공부해 온 것 같습니다. 토익책 안 사본 분 없을 것 같구요. 취업준비 하시는 분 가방 속에는 어김없이 토익책이 들어 있을 겁니다.
채용담당자로서 후보자의 역량 가운데 가장 불만스러운 부분 중 하나가 영어 구사 능력입니다. 미국 회사에 몸담고 있으니 영어에 대한 중요성이 다른 회사보다 크기도 하지만 제 기준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높은 영어 점수와 어학연수 경험에도 불구하고 영어회화 실력으로 이어지지 않는 안타까움 때문이기도 합니다. 도대체 왜 영어공부에 이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도 잘 안될까요?
직장에서 영어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우리 회사는 외국계 회사도 아니고 해외지사도 없으니 영어가 필요 없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이미 국내 많은 기업들은 글로벌화 돼 있고, 수많은 외국계 회사는 한국에 사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글로벌 리더가 되고, 해외시장도 개척하고, 세계적인 기술과 시스템을 배울 수 있습니다. 프랑스계 기업, 일본계 기업, 독일기업, 중국기업 할 것 없이 비즈니스 공용어는 영어입니다. 영어는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기업에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기업은 다른 어떤 조건보다 영어회화 가능자를 찾아 헤매지만 현실적으로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적다 보니 입사시험만 통과하면 대부분의 직원들은 영어에 대해 별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영어 공부 해봐야 쓸 데 없더라’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지요. 역으로 영어회화만 잘해도 원하는 기업에 입사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10년 넘게 열심히 공부 했는데 왜 영어가 안될까요? 혹시 영어를 수험과목으로 생각하고 공부하셨다면 영어공부를 하는 목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만일 하고자 하는 일 또는 원하는 기업이 취업 기준으로 토익 점수를 요구한다면 일단 열심히 점수를 높여야겠지만 토익 점수에 해당하는 만큼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갖추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조직이든 “듣고, 말하고, 쓰고, 해석”하는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토익점수를 요구하는 것이고, 토익 700점 이상이면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외국인들의 앞선 기술과 경험을 배우고, 우리 것을 그들에게 알려주며 의견을 교환하여 글로벌 리더나 기업의 핵심 인재로 성장하고 싶다면 듣고 말하고 쓰는 것에 영어공부의 초점을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영어를 할 필요 없습니다. 단어만 연결해서 말해도 외국사람들은 이해하고 고마워합니다. 문법 좀 틀려도 되고 발음이 구려도 탓하지 않습니다. 한국에 온 외국인들 보면 한국사람 기준으로 한국말 못해도 잘한다고 하잖아요. 손짓, 표정을 섞어 대화하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 이것으로 정말 충분합니다. 완벽한 수준이 될 때까지 두꺼운 토익책에 파묻혀 있지 말고 그 동안 갈고 닦은 영어의 내공을 몸 밖으로 꺼내는 연습을 하다 보면 영어 잘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겁니다. 교포 2세의 현란한 영어에 주눅이 들 필요도 없습니다. 어차피 한국에서 살아온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고 조직에서 요구하는 수준은 어디까지나 커뮤니케이션 가능 여부입니다. 그 다음은 조직생활을 통해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개발하면 됩니다. 가능성이 있는 직원을 위해 기업은 얼마든지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거든요.
그러기 위해서 지금 이 순간부터 영어에 조금 더 익숙해지려는 노력을 하시기 바랍니다. 스마트폰에 영자 신문 다운받아 틈틈히 보시고, 미국 드라마나 영화도 몇 번씩 다시 보세요. 가장 좋은 방법은 영어권 친구를 사귀는 겁니다. 한국에 온 유학생도 좋지만 인터넷으로도 만날 수 있어요. 가끔 영어로 일기를 쓰는 것도 좋습니다. EBS 영어 회화를 듣는 것은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어떤 방법이 여러분에게 맞을지 모르지만 자꾸 영어에 노출하고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어학연수 1년 다녀오는 것보다 유익한 방법입니다.
저도 영어로 외국인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게 된 것이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회의 중 다른 직원들 웃을 때 눈치 보며 한 박자 늦게 어색하게 웃던 기억이 나네요. 잘할 때까지 기다리지 마시고 지금부터 시작해서 잘하는 날이 하루라도 먼저 오도록 하세요. 토익 토플도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정확하고 고급스런 영어를 하기 위해서 문법과 어휘로 틀은 만들어 놓으면 회화와 작문은 컴퓨터 자판 익히듯이 금방 익숙해질 수 있어요. 우리가 영어공부를 해야 하는 목적은 좋은 기업에 들어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가진 꿈과 비전을 세계 속에서 실현해 나가기 위한 것임을 잊지 말구요.








전영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