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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모두가 즐거운 축제가 되길
제 875 호    발행일 : 2014.03.31 

  아직은 쌀쌀한 기운을 느끼며 개강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하얀 목련과 노란 개나리가 봄을 모셔오더니 화사하게 차린 벚꽃이 봄과 춤을 추려한다. 설렘과 기대감으로 대학생활을 시작한 새내기들에게 캠퍼스의 봄은 어떤 느낌일까?
  언제부터인가 3월만 되면 캠퍼스 여기저기서 음악에 맞춰 율동을 연습하는 신입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선배로 보이는 학생들의 지도를 받아 아직은 어설퍼 보이는 집단 안무를 하는 신입생들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젊음이 부럽기도 하다. 필자가 새내기였던 1990년대 초에는 볼 수 없던 풍경인데 신입생들의 군무(群舞)가 언제부터 몇몇 단과대학 학생들의 전통처럼 자리 잡았는지 궁금해진다. 짐작컨대 과거 군사독재정권에 대항하던 학생운동권의 유산이 변질된 것이 아닌가 싶다.
  당시 학생회는 대부분 운동권 학생들이 담당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학년이 시작하는 3월이면 각 단대 학생회별로 발대식을 가졌다. 이 발대식에서는 풍물패 놀음과 돼지머리를 놓고 고사를 지낸 후 막걸리를 나눠 마시곤 했다. 또 무대에서는 ‘문선대’들이 민중가요에 맞춰 군무를 선보였고, 누군가의 선창으로 투쟁구호를 외쳤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시위로 이어지기도 했다. 당시 ‘문선대’들의 군무를 ‘문선’이라고 통칭했는데, 사실 ‘문선’은 ‘문화선동’의 줄임말로 보다 포괄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아마도 이때의 문선이 어느 순간 문선대가 아닌 신입생 전원이 참여하는 군무로 변질돼 지금에 이르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 신입생들의 군무와 관련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연습을 위해 일으키는 소음 때문에 학생과 교수들의 공부와 연구에 방해가 된다는 목소리는 무시하더라도 문제점은 여전하다. 몇 해 전에는 군무를 연습하는 과정에서 한 선배학생이 신입생들에게 심한 욕설과 폭언을 해 대자보가 붙기도 했고, 연습과정에서 다치는 학생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문제들 역시 사소한 문제라고 치부하더라도 보다 근본적이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이청준의 소설 제목인 <당신들의 천국>이 화두가 될 수 있다. 신입생 모두가 기꺼운 마음으로 참여한다면 앞서 언급한 문제들은 정말 사소한 문제일 수 있다. 선배들 입장에서 문선은 지금 힘들어도 끝나고 나면 동기끼리 친해지고, 선후배 관계도 돈독해지며, 과의 결속도 단단해진다고 믿는다. 또 두고두고 생각날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반면 신입생들은 선배들이 전통이라고 시키니깐 개인생활을 포기하고 밤에도, 주말에도 학교에 남아 연습을 한다. 만약 신입생 중 한 명이라도 이런 선배들의 요구를 강압적이고 부당하다고 느낀다면 선배들이 말하는 좋은 점들은 ‘선배들의 천국’이 되고 만다.
  문선을 준비하는 과정이 신입생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안겨준다면 그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선배들이 생각하는 좋은 점들은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신입생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하고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전환하고, 지나친 과별 경쟁방식을 개선하여 모두가 부담 없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키려는 학생들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울긋불긋 차려입은 캠퍼스의 이곳저곳에서 학생들의 밝은 얼굴과 맑은 웃음소리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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