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은 한 인터뷰에서 “술, 이 하얀 액체는 내 삶을 증명하는 몸밖의 혈액”이라며 술에 대한 그의 생각을 전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대학생들에게도 술은 낭만과 자유로 가득찬 20대 청춘의 삶을 증명해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캠퍼스에 흩날리는 벚꽃 잎을 만끽하며 잔디밭에 모여 앉아 삼삼오오 술잔을 부딪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필자 역시 청춘의 낭만과 활력을 느꼈으니 말이다.
하지만 청춘의 낭만에 지나치게 취해 인사불성으로 고성을 지르며 ‘도’를 넘는 학생들을 볼때면 필자는 걱정이 앞선다. 대학가에서 술로 인해 발생한 각종 사건사고가 뉴스와 신문에 자주 보도될 만큼 캠퍼스 내 음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대학생들의 음주로 인한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가 이어지면서 지난 2012년 정부에서는 대학 내 주류판매와 음주를 금지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입법을 예고한 바 있다. 현재까지도 법안은 심의중이지만 캠퍼스 내 음주에 대한 찬반논란이 팽팽한 대결구도를 이루며 대학생 음주문화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에 각 대학에서는 발빠르게 캠퍼스 내 음주 규제 방안 모색에 나섰다.
그러나 대학의 캠퍼스 내 음주 규제 방안이 실질적으로 대학 내 음주문화 개선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는 의문이 간다. 몇몇 대학에서 캠퍼스 내 음주가 적발될 시 장학금을 삭감하거나 심지어는 제적까지 시키는 강력한 규제 방안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학교의 눈을 피해 여전히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학생들 사이에서 캠퍼스 내 음주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캠퍼스 내 올바른 음주문화 조성을 위한 정부와 대학의 노력에는 공감하지만 강압적인 규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조선의 21대 임금인 영조의 금주령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제사에서도 술을 금하고 심지어 술을 마신 장군은 사형에 처하는 등 강압적인 금주정책을 펼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의 음주는 단절되지 못했다. 죽음조차 막지 못한 것이 술이었던 것이다. 선조들이 그랬듯이 죽음도 막지 못한 음주를 ‘법’과 ‘학칙’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짧은 생각이다. 그렇다고 바람직하지 못한 대학 내 음주문화를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법’과 ‘학칙’으로 막지 못한 음주를 어떻게 규제할 수 있을까.
핵심은 ‘자율’에 있다. 진정으로 바람직한 대학 음주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그 주체에 있는 학생들의 의식개선이 가장 절실하다. 학생들의 자율적 의지가 함께하지 않으면 정부와 대학의 노력은 그저 허울뿐인 보여주기식 규제로 그칠 뿐이다. 정부와 대학은 법과 학칙으로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음주문화 정립을 위한 강연과 캠페인 등의 ‘제시’를 통해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음주문화를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학생들은 지성인답게 자율적 선택에 의한 ‘절제’를 보여줘야 한다. 캠퍼스폴리스뿐 아니라 학생 스스로 음주사고에 대한 경계와 규제에 나서는 것은 물론, 주량에 맞게 술을 마시며 진정한 낭만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절제가 따르는 술은 낭만과 추억으로 남으나, 절제가 배제된 술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인식하고 경계해야 할 것이다.








남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