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한 꽃들로 향기롭고, 연둣빛 잎사귀들이 고단한 잠에서 깨어나 푸름을 향해 달리는 사월이다. 시인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은 1차 세계대전 후의 대혼란을 노래한 그의 장문 시 <황무지>에서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역설적 표현으로 4월의 화사함을 노래했다. 4월의 화사함이 찾아온 교정에는 화사한 봄꽃과 추억을 만드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또 자연과 더불어 추억을 만들기 위해 학교 밖으로 MT를 떠나는 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이처럼 ‘멋진 자연과 더불어 멋스럽게 노는 일’을 ‘풍류(風流)’라고 부른다. 그리고 우리의 옛 조상 중에는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분들이 많았다.
세속을 등지고 자연을 벗 삼아 유랑하는 선비의 봇짐에는 ‘풍류 낫’이 한 자루 들어 있다. 길을 가다가 아름다운 풍경에 시상(詩想)이 떠오르면 그 낫으로 소나무의 밑 둥을 판판하게 깎고는 그곳에 시를 적는다. 또 더위를 시키기 위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있다가도 시상이 떠오르면 지필묵(紙筆墨)을 꺼내 시를 쓰고, 시를 적은 종이는 계곡물에 흘려보낸다. 만약 지필묵이 없다면 주변의 나무를 모아 불을 피워 숯을 만들고, 그 숯을 바위의 오목한 곳에 물과 함께 갈아 먹을 만든 후 갈대를 꺾어 붓을 삼는다. 그리고는 하얗고 넓적한 바위에다 시를 적는다. 시간이 지나면 이슬과 비에 없어지겠지만 아무 상관이 없다. 조선 세조(世祖) 때 생육신(生六臣) 중 한 명인 김시습(金時習)의 얘기다.
신숙주(申叔舟)의 손자로 중종(中宗) 때 재상(宰相)을 지낸 신용개(申用漑)는 술과 함께 풍류를 즐겼다. 어느 날 그는 부인에게 “오늘 반드시 여덟 분의 아름다운 손님이 올 것이니 술과 안주를 장만하고 기다리시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가 저물어도 손님은 오지 않았다. 부인의 채근에 그는 좀 더 기다려 보자고 했다. 얼마 후 달이 떠오르자 환한 달빛이 그의 방 안에 있는 여덟 개의 국화 화분을 비췄다. 그제야 그는 손님이 다 왔으니 술상을 내오라고 했다. 그리고 국화와 더불어 술을 마셨다.
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은 여러 지인들과 함께 풍류를 즐겼다. 정조(正祖)의 총애를 받던 시절, 그는 13명의 뜻 맞는 지인들과 죽란시사(竹欄時社)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오늘날로 치면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정도가 될 것이다. 헌데 이 모임의 정기모임 규정이 멋지다. 살구꽃이 처음 피면 한번 모이고, 복숭화 꽃이 필 때, 여름 참외가 익을 때, 가을에 서쪽 연못의 연꽃이 모두 피면 모인다. 또 국화꽃이 피어 있는데 눈이 내리면 모이고, 한 해가 저물 무렵과 화분에 심은 매화가 겨울에 피면 모인다.
취업에 대한 부담감에 주위 한번 둘러보지 못하고 바쁘게 하루를 보내는 학생들에겐 풍류의 낭만이 사치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가끔의 풍류는 여러분의 마음에 주는 선물이다. 자연을 벗 삼아 건강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만드는 것이 바로 풍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연을 벗 삼아 죽을 둥 살 둥 술을 먹는 것은 풍류가 아니다. 술은 어디까지나 기분을 북돋우는 수단일 뿐,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풍류의 의미를 되새겨 대학생들의 ‘술 문화’가 술이 아닌 풍류를 목적으로 하는 새롭고 건전한 문화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잠시 시간을 내어 좋은 벗과 함께 4월의 화사함이 가득한 교정을 걸으며 취업 준비와 공부에 지친 여러분의 마음에 선물을 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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