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작품성을 인정받아 연극계 주요 상을 휩쓸며 화제를 모은 <과부들>은 작가 아리엘도르프만의 작품이다.
과부 소피아는 언뜻 보면 남편과 아들과 아버지를 잃은 의지할 곳이 없는 약한 여자지만 가장 강한 존재다. 중위가 손자 알렉시스를 담보로 마을 여자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소피아는 손자를 구하지 않고 저항을 택했다. 가족 중 남자들을 거의 잃은 소피아는 소중한 손자를 잃으면서까지 여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위해 중위에게 맞선 다. 당장 손자를 구할 수도 있었지만 중위가 어떤 행동을 할지 불확실한 상태에서 소피아는 결국 손자에게 용서를 구하며 손자를 떠나보냈다. 만약 내가 소피아라면 당장의 현실만 보고 손자를 구했을 것이다. 사실 극 중반까지 난 소피아가 가족을 잃은 슬픔 탓에 무의미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소피아가 마냥 강가에 앉아서 무의미하게 보낸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강가에 떠내려 온 남자 시체를 뺏기지 않기 위해 중위를 비롯한 군인들에게 절대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 할 말을 다하는 그는 강하고 멋있어보였다.
마지막 장면에서 피델리아가 아기에게 한 “넌 말을 해야 해. 니가 말을 할 때까지 난 기다리겠다” 라는 대사는 깊은 의미가 담겨져 있다. 그 아이가 자라 말을 하게 되면 피델리아는 아이와 지금 일어나고 있는 마을의 비극적인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권력과 맞서 싸울 것 같았다. 가족을 잃어도 독재자에게 굴하지 않고 강하게 행동하는 소피아처럼.
작가가 우리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이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으로 잘 표현돼 이 연극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본다. 피델리아가 눈물을 흘리고 소리치며 보여준 독백은 정말 잊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연기력이었다. 또 알렉시스 역을 맡은 아이가 소피아와 감옥에서 대화할 때 한 번 더 놀랐다. 아역배우가 그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웠을 텐데 그 장면을 이해하고 관객들에게 보여준 연기는 대단했다.
칠레 독재정권을 배경으로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연극은 당시 과부들의 슬픔과 독재자의 횡포가 잘 표현됐다. 비록 다른 나라의 이야기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일제 강점기가 떠올랐다. 난 연극을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연극에 대한 이론도 부족하지만 <과부들>이라는 연극을 보고 난 후 이 연극이 배우와 작가와 연출자의 합이 잘 맞았단 생각이 들었다. 연극은 작은 공간배경이라는 단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과부들>은 그 작은 공간배경인 무대를 잘 이용해 연출됐고 전혀 작게 느껴지지 않았다. 또 이 연극 내용이 조금은 심오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왠지 모르게 극 중 캐릭터에 몰입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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