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자지껄 떠들며 길을 지나가던 교복을 입은 남학생 무리가 대뜸 멈춰 섰다. 일순간 모두 입을 다물더니 길가에 설치된 책상에서 노란 리본을 하나씩 꺼내와 나무에 묶고는 숙연해져 돌아갔다.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들의 ‘무사생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들이 청주시청 앞 보도에서 줄지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4월 16일, 나라 전체가 절망에 빠졌다. 그 절망의 바다 밑에는 지금도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여전히 갇혀 있다. 온 국민이 이처럼 똑같은 심정으로 슬퍼하고, 분노하고, 안타까워 했던 적이 또 있을까.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들의 무사생환을 희망하는 노란 리본이 전국을 노랗게 물들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사망자수에 침통한 분위기다. 필자가 취재 중 만난 노란 리본달기 캠페인에 참여했던 사람들 역시 ‘마음이 무겁다’며 하나같이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필자 역시 마음이 무겁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이후 일상속에서 슬픔을 떨쳐내기가 힘들었다. 시험기간에도 연일 사고뉴스를 돌려보며 새로운 구조자가 나타나길 기대했지만 구조자수 174명의 숫자는 열흘 넘게 바뀌지 않았다. ‘제자리를 지키라’는 선장의 나 홀로 탈출과 해경의 미숙했던 초기대응은 너무나도 많은 학생들을 희생시켰고, 정부의 더딘 대책마련은 국민들의 신뢰를 져버렸다. 특히 속보를 내기에만 급급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언론의 모습이 한 학생의 꿈을 접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듣고 필자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이번 사고에서 모든 국민들은 이같이 무거운 마음을 쉬이 떨쳐낼 수 없었을 것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전형적인 ‘인재(人災)’였기 때문이다. 승객과 차량, 화물을 검증하는 제도적 장치도 없었을 뿐더러 안전교육 조차 거의 하지 않아 발생한 대형 참사였다. 이는 세월호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무책임이 부른 우리 사회의 인재였기에 우리 모두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부정과 비리가 난무하고 황금 만능주의와 개인주의가 팽배한 우리나라의 현실이 결국 이같은 비극을 불러왔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는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모든 국민이 안전과 책임에 대해 고민해보고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정부차원의 범국민적인 안전인식개선과 함께 책임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엄중한 처벌과 결과가 따라야 할 것이다. 또한 이같은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지금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무거운 마음의 무게와 교훈을 수장시켜서는 안된다.
흘러가는 세월 앞에 장사없다는 말처럼 세월호 침몰 사고가 우리에게 안긴 상처도 언젠가 흉터로 남아 무뎌지고 잊혀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제2의 세월호가 또다시 나오지 않도록 ‘세월’이 남긴 흉터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신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