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하늘 아래 서늘해진 바람결이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 가을이 왔음을 실감케 한다. 가을밤이 서늘해 등불을 가까이 두고 글 읽기에 좋다는 그 뜻처럼 어둠이 길어지고 선선해진 가을밤에는 은은한 조명아래 독서삼매경에 빠지길 권하고 싶다.
하지만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도 무색하게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독서는 ‘실종’된지 오래다. 이는 학문의 상아탑인 대학 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대학에서 지성의 상징이었던 책은 오늘날 대학가를 파고든 시장경제의 상업주의와 유흥문화에 밀려났고, 최근 인터넷 서점과 스마트폰 이용 등 매체 환경의 급변으로 서점을 찾는 사람들과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학교 안팎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독서의 실종은 깊은 통찰력과 비판적 사고에 바탕을 둔 지적 활동을 등한시한 우리 사회의 독서문화 부재현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대학가에 만연해진 독서문화 부재현상은 상아탑으로서 대학이 지닌 위상마저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대학생들이 책을 멀리하고 스마트폰과 각종 유흥문화에 흥미를 느끼는 것은 비단 학생들의 기본적 소양의 문제만은 아닌듯 하다. 학생수 감소와 반값등록금 여파 등으로 인한 대학재정의 어려움은 대학을 실적 경쟁과 외적 성장 중심의 시장논리로 물들였다. 대학에서는 대학평가 지표관리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도서관이나 각종 교육시설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급격히 몸집을 키워왔다. 반면 학생들을 위한 내실 있는 질적 교육에 대한 투자는 이뤄졌는지 묻고 싶다. 취업 위주의 외적 결과물을 더욱 중요시하는 대학 아래 학생들이 책을 등한시 여기게 된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동네마다 있던 작은 책방과 서점들은 어느새 자취를 감췄고, 몇몇의 대형서점들만 살아남아 지독한 할인경쟁으로 출판계에 골칫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또한 할인을 전제로 책값을 부풀려 시장을 교란하는 상술로 인해 불어난 책값은 독서와의 거리를 더욱 넓히고 있다.
다만 11월 중순부터 새로운 도서정가제가 실행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실종된 독서문화에도 새로운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듯 싶다. 새로운 도서정가제의 핵심은 책값 할인폭을 정가의 15%로 일괄 규제하는 것이다. 출간한 지 18개월이 안 된 도서, 이른바 ‘신간’에 한해 정가의 19%까지 할인할 수 있던 현행 제도보다 할인율이 4% 낮아지는 셈이다. 물론 할인율이 낮아지는 만큼 책값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개정안이 순조롭게 시행돼 책값의 거품이 빠진다면 인상요인이 사라지거나 부담이 적어질 것이다. 이미 출판계에서도 소비자들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는 가격 안정화 방안을 자율적으로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계도 살고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되는 상생을 가능케 한다면, 강력해진 도서정가제는 우리 사회에서 실종됐던 독서를 다시 활발히 부활시킬 촉진제가 될 수도 있다. 정부가 제시한 이번 개정안이 부디 가을의 빼놓을 수 없는 수식어구 ‘등화가친’에 부합할 수 있는 독서문화 환경 조성까지 이어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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