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충북대학교 페이스북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제가 누군지는 밝히지 말아주세요……’로 시작하는 그것은 한 남자의 비밀스런 사랑고백이었다. 나는 이 수줍은 고백에서 청춘의 낭만을 발견했다.
누구나 마음속엔 숨겨둔 이야기가 있다. 그동안 머뭇거렸던 사과의 말, 당신에게 남모르게 건네고 싶었던 말, 모두에게 전하는 개인적인 생각 등등 그 종류도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한때 대학생들은 대자보에 그러한 이야기를 조심스레 적었다. 아마 우리 부모들은 교내를 다니다가 담벼락에, 또는 게시판에 붙은 누군가가 당신에게 쓴 대자보를 보면서 설레였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늦은 밤 아무도 몰래 대자보를 붙이고 가는 대학생들의 모습을 찾아 보기가 어려워졌다. 담벼락과 게시판 앞엔 광고지만이 이따금 부는 바람에 귀퉁이를 휘날리고 있을 뿐이다. 그동안 대자보를 통해 했던 말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대학의 낭만 중 하나가 그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던 중 페이스북에 ‘충북대가 대신 말해드립니다’가 나타났다. 학생들이 운영자에게 글을 보내면 페이스북에 그 글이 올라왔다. 페이스북 페이지엔 금세 익명을 원하는 학생들의 글이 가득 찼다. 그 내용도 가지각색이었다. 자세히 보니, 예전 대자보에 적었던 글들이 바로 그곳에 있었다. 어디로 가버렸나 찾아 헤맸던 낭만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오히려 그 모습과 자리를 바꿔서 우리에게 한층 더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이젠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그 시절의 담벼락과 게시판이 되었다. 종이에 직접 쓴 손글씨가 화면에서 반짝이는 디지털 폰트로 바뀌었다.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하나둘 탈바꿈하는 것이 남기는 아쉬움은 분명 매우 크다. 그러나 그것은 세대가 바뀌면서 당연히 일어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일면이 생기고 예전보다 더 큰 재미와 감동을 발견할 수도 있다.
‘충북대가 대신 말해드립니다’도 그렇다. 지금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지 않은 학생들을 찾는 것이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만큼 어려운 시대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스마트폰을 보고 페이스북에 들어간다. 때문에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이벤트의 진행속도와 파급력은 대자보를 훨씬 능가한다. 그래서 나는 이 현상을 변화가 아닌 진화라고 말하고 싶다.
진화는 계속되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 아마 또 다시 대자보의 모습은 바뀔 것이다. 지금 이 모습은 오로지 지금이여야만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학생들은 이 낭만의 진화를 마음껏 즐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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