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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마녀사냥
제 883 호    발행일 : 2014.10.20 

  종교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던 15~17세기 중세 서구사회에서는 잔인하고 반인권적 재판이 성행했다. 악마와 교감하며 이단적이고 악한 마법을 사용해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마법사와 마녀에 대한 재판이 그것이다. 재판에서 마법사와 마녀로 판명된 사람은 화형이나 참수라는 아주 끔찍한 처벌을 당했다. 이 재판에 기소돼 희생된 사람은 여자인 마녀가 대부분였기 때문에 이 재판을 ‘마녀재판’이라 하였고, 이러한 당시의 현상을 ‘마녀사냥’이 부른다. 그런데 ‘마녀사냥’이 사라진 요즘에도 이 말은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현대적 의미에서 ‘마녀사냥’은 다수나 집단이 절대적 신조를 내세워 개인이나 소수의 집단을 비판하고 공격하는 행위를 뜻한다. 또는 다수가 확실한 근거나 합리적 설명 없이 개인이나 소수를 매도하고 비판하는 행위도 ‘마녀사냥’이라 부른다.
   얼마 전부터 정부는 공무원연금공단의 적자 해결을 위해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언론은 공무원연금공단의 적자를 세금으로 메운다고 말하며 그 원인은 공무원들이 덜 내고 많이 받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에 국민연금에 비해 특혜를 받고 있는다는 내용까지 덧붙였다. 이에 대다수 국민들은 정년이 보장된 철밥통 공무원들이 퇴직 후 연금까지 세금으로 챙겨 받는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이런 불공평한 제도는 빨리 개혁해야 한다는 쪽으로 여론을 형성해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하려는 정부의 의지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공무원연금이 왜 적자인가, 정말 ‘덜 내고 많이 받기’는 잘못된 것인가, 그렇다면 왜 그렇게 되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공무원연금이나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은 가입자가 일정기간 동안 공단에 납부금을 내면 공단은 이를 기금화해 수익사업을 하게 되고 , 이를 통해 얻은 이익금과 납입원금의 범위에서 수령자격이 된 가입자에게 연금을 지급하게 된다. 때문에 연금은 당연히 내가 낸 돈보다는 많이 받아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덜 내고 많이 받기’는 잘못된 것이 아니라 연금이라면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평균수명의 연장과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에 있다. 저출산으로 인구는 줄어들고 있는데 노령 인구는 평균수명 연장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는 연금을 처음 설계했던 당시에는 예측하지 못했던 현상이다. 때문에 연금 지급액이 납입 원금과 기금운용 수익금을 합한 금액보다 많아질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와 수치를 통해 가입자들을 합리적으로 설득하며 고통분담을 요구한다면 이를 거부할 가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연금 기금을 마치 별도의 세수처럼 운영하며 수익은커녕 손실만 키운 역대 정부들의 과오는 언급하지 않고, 제도와 가입자의 부도덕성이 문제인양 몰아가며 가입자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때문에 공무원들은 강하게 저항하고 있고, 국민들은 납입금을 낼수 있는 젊은층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수급자가 되었을 때 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국민연금 납입을 꺼리고 있다.
  마녀사냥은 당시 상대적 약자인 여성, 그중에서도 과부와 같이 주로 대항할 힘이 없는 여성을 마녀로 몰아 희생시킴으로써 흑사병, 전쟁, 종교개혁 등으로 흔들리고 있던 당시 사회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대리 해소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시대의 변화를 막지는 못했다. 정부의 과오에 대한 반성과 개선 노력 없이 마녀사냥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어렵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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