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작가의 책은 워낙 자주 들어 왔지만 읽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오 하느님>을 처음 봤을 땐 종교적인 내용인가 싶었지만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하느님, 부처님, 엄마!’ 하고 누군가를 찾는 감탄사 정도였다.
내용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발견된, 여러 나라의 포로수용소를 전전한 어느 한국인 남성의 실화였다. <노르망디 코리안>이라는 이름의 SBS스페셜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되었고, 장동건 주연의 영화 <마이웨이>의 모티브가 된 이야기였다. 이런 걸 팩션(faction)이라고 하나? 자주 읽는 장르는 아니어서 낯설기도 했지만 그야말로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일본군, 소련군, 독일군, 미군. 이렇게 나뉜 챕터가 무엇을 의미하나 했더니, 주인공이 실제로 모두 거쳐 갔던(포로가 됐던) 군대들이었다. 이것이 어떤 개인의 일생에서 일어난 실제 이야기라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죽을 뻔한 위기를 몇 번이고 넘기는 걸 보며 가슴을 쓸어내리다가도 고향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져만 가는 모습을 볼 땐 마음이 답답하고 안타깝기만 했다.
우리는 역사 시간에 배운 큼직한 사건들에서 집단의 우두머리 같은 대표적인 인물들만 접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 역사를 일군 것은 이 책의 주인공과 같은 평범한 민초들이다. 역사 책에서는 제대로 보지 못했던 민초들의 이야기를 마치 직접 옆에서 보고 들은 것처럼 상세하게 들려준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었던 것 같다.
국가와 군대의 수장들처럼 정치적 야욕이 있던 것도 아니고, 그저 고향으로 돌아가 아내와 자식을 보고 싶을 뿐인 그런 순박한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비참한 삶을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이들에게 대체 무슨 죄가 있기에 원치않는 전쟁에서 그토록 희생을 강요당해야만 하는 걸까. 책을 읽는 내내 수도 없이 답 없는 물음을 던져야만 했다.
‘나라 잃은 슬픔’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그 어느 때보다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 외모도, 쓰는 언어도 다른 낯선 타지에 덩그러니 떨어졌을 때 느꼈을 그 막막함을 감히 추측해보기도 어려웠다. 나와 같은 민족이지만 50년이 넘는 세월을 앞서 너무도 절박하고 힘겨운 삶을 살다 간 주인공의 상황이 그저 책 속의 이야기로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초반부에 시체를 뜯어먹는 까마귀 떼가 검은 장막처럼 하늘을 메운 몽골 초원의 광경이 너무도 선하게 눈앞에 그려져 끔찍했고, 폭탄과 전염병으로 동료들이 바로 옆에서 죽어가는 걸 목도해야만 할 땐 내 맘도 함께 괴로웠다.
결말조차 책의 제목 그대로 ‘오 하느님…’을 외치게 했다. 읽는 내내 전쟁의 광기 앞에 개인이 티끌보다 작은 수단이 돼야만 했던 그 시대를 원망하게 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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