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신문방송사 충북대신문 The Chungbuk Times 교육방송국
전체기사종합취업대학사회광장사람특집문화동영상뉴스포토&만평학술현상공모전문학
최종편집 : 2026.09.07 월 19:58
광장
광장 섹션
확대축소프린트
 신문사
[문화즐겨찾기] 영화 <지구를 지켜라>
제 888 호    발행일 : 2015.03.02 
당선자 | 권현정(사회학과·13)


 

  엄청나다. 엄청난 영화다. 지구에서 튕겨 나온 브라운관이 화면 한 켠에 자리 잡고서 크레딧이 올라가며 병구가 지나온 날들을 되짚는 동안 참 엄청나다는 생각만 했다. 내내 무지막지하고 마지막 십 여분에 다다라 훨씬 무지막지해진다. 힘껏 모든 이야기를 토해낸 화면 앞에서야 보던 이는 당혹해서 영화를 돌이켜 본다.
  영화 전체를 이끄는 병구의 믿음은 도무지 믿을 법한 것이 아니다. 가까운 개기월식에 지구에 침투해 있던 외계인들의 중개로 지구는 외계로부터 침략당할 것이며 이를 구할 방도는 중개자 외계인을 납치하여 외계무리를 소탕하는 것뿐이라는 말에 대다수의 관객은 설득되지 않는다. 대신 논리적 증거로부터 기인하지 않은 것이 분명한 그의 망상 경위를 제가끔 추측한다. 추측은 그가 온갖 폭력의 피해자였고, 사랑하는 이들이 그 폭력으로 다치는 일 가운데서 살아왔음이 밝혀지면서 얼개를 갖추고, 그가 납치하고 고문한 사람들이 그 폭력을 휘두른 당사자였다는 사실로 공고해진다.
  그들이 외계인이 아니라 지구인이라면 같은 종족에 그토록 폭력적일 수는 없을 것이라는 논리가 망상의 근거가 될 것인데, 그가 접한 폭력이 지극히 사회구조적 불합리에서 야기된 것이라는 점이 이러한 논리에 더해 영화의 한 맥락이 드러난다. 가진 이의 갖지 못한 이에 대한 무심한 폭력이 차라리 외계로부터 조작된 것이라는 이해가 더 합당할 만큼 비인간적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해당 맥락에서 폭력의 사회성에 주목해 쓴 글들이 많은데, 필자는 비인간적 폭력에 오래 노출된 병구의 상태에 집중해 영화를 읽었다.
  세알만 먹으면 세상이 내 것이라는 마약을 한 주먹 넘기고 나서야 외계 침입자에 대한 처단을 행할 수 있는 병구는 그의 행위에 비해 심약한 인물이다. 그의 심약을 저지하는 것은 지구를 지키는 일에 대한 강한 집착인데 이는 그의 집착이 현실의 고통을 타개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인 탓이다. 선택한 적 없는 고통 속에서 못 버텨 집어든 책의 낭설에 그는 단단히 홀렸고, 현실을 포기하고 낭설이 현실이 된 세계의 세계관을 주조해 작금의 고통을 해결할 방도를 찾았다. 그의 세계는 외계의 침략과 그 자신이 분한 영웅의 등장과 결국 침략을 저지한 영웅에의 환대와 인정으로 이어지는 전개를 갖고 있었고, 그 세계 속에서 병구는 미래를 기대할 수 있었다.
  그의 노력에도 그의 믿음은 불안정하고, 일은 그가 갖추어 놓은 시나리오대로 흘러가지 않으며, 영화는 병구가 끝내 무엇 하나 지키는 일을 허락하지 않는다. 폭력이 틔워낸 그의 폭력성은 그가 지키려던 지구에 대해 외계가 희망의 전무를 선언하는 근거가 된다. 택한 적 없는 고통의 영향에서 그는 기어이 벗어나지 못 하고, 보던 이는 외계인 없는 지구로 그를 데려오는 일을 주저하고 있다.

목록보기
최근기사
D등급에서 9월 투표까지, 충북대·교통대 통...
학생들의 선의 노린 포교 수법, 개인정보 제...
<양심의 빈자리> 학내 공용공간, 잘 사용하...
고물가 시대, 학교 주변에서 찾은 가성비 밥...
원청교섭 나선 정부기관, 노란봉투법 현실은....
광장 More
<기자 보다> 빛이 나의 안에 있다면 그림자는 생기지 않...
<데스크칼럼> 절차 무시한 선거가 남긴 신뢰의 공백
<충슐랭가이드> 독서의 계절에 만나는 책과 카페 ‘인문아...
<기자보다> 여름이라는 유예기간, 우리는 어떻게 존재해야...
<데스크칼럼> 서툴고 투박한 내 언어의 가치
<츙슐랭가이드> 익숙한 골목에서 만난 뜻밖의 여정, ‘운...
<기자 하다> 어둠을 뚫고 한라산에서 맞이한 새해, 한계...
<데스크칼럼> 학점이 배움을 삼키다
<충슐랭가이드> 쉼표가 있는 삶, ‘초정치유마을’
<기고문> 개신단(開新壇)과 과유불급(過猶不及)
전체기사 종합
취업
대학
사회
광장
사람
특집
문화
동영상뉴스
포토&만평
학술
현상공모전
문학
동영상뉴스
수습기자모집
PDF자료실
지난호보기
신문사 소개 기사제보 독자참여 개인정보 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

28644 충북 청주시 서원구 충대로1, 충북대학교 신문방송사(발행인 : 직무대리 유재수 | 주간 : 이장원 | 부주간 : 신꽃비)

행정실 : 043-261-2934    충북대신문 : 043-261-2936    The Chungbuk Times : 043-261-2935    교육방송국 : 043-261-2953

Copyright ⓒ 2008 충북대학교 신문방송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