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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동권도 ‘피해자 과실’인가요?
제 892 호    발행일 : 2015.05.04 


 

  “끼익!” 아찔한 순간이었다. 하마터면 옆에 지나간 차와 부딪칠 뻔했다. 기자는 신학생회관부터 사창사거리까지의  1.1㎞ 거리를 휠체어를 이용해 가보았다.  움푹 파인 도로와 높은 방지 턱은 커다란 장애물이었다. 아무리 힘을 줘도 턱을 올라갈 수 없는 곳이 있었고, 결국 인도를 포기하고 차량이 달리는 도로에 내려왔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기다리는 차량의 눈치가 보여 더 빨리 움직였다. 몸은 그새 땀범벅이 됐고, 손에는 물집이 잡혔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하는 데는 걸린 시간은 34분 22초였다. 걸어서 12분 10초가 걸린 거리인데 휠체어로는 약 3배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마치 그 시간은  ‘모험’과도 같았다. 장애인들은 집 근처 슈퍼마켓을 가도 매일매일 ‘위험천만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대중교통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작년 11월 용산역에서는 한 시각장애인이 열차 선로에 추락해 열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그는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됐다. 당시 경찰은 차단펜스 설치와 안전요원 배치가 잘 돼 있었다는 이유로 ‘피해자 과실’이라 결론 내렸다. 때문에 역사를 관리하는 코레일은 피해자에게 병원비로 100만 원만 지급했다. 하지만 실제 용산역은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스크린도어와 점자블록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 기자가 보기엔 피해자 과실이 아니라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이동권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01년이다. 당시 오이도역에서 리프트를 탑승한 장애인 부부가 추락해 그중 한 분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장애인단체는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했고, 2004년 ‘교통약자 이동 편익 증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에는 장애인 등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제도가 마련된 지 10여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장애인 이동권이 제대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총 14건의 시각장애인 추락사고가 있었다. 그중 2건은 사망사고였다. 그리고 그 사고 원인을 ‘피해자 과실’로 몰아가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2013년 OECD 통계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2013년 장애인 예산은 전체 예산 0.1%에 불과하다. 장애인 이동시설 확충은 경제성을 높이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경제성만으로 모든 일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인간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는 약자에 대한 보호다. 약자를 배려하고 그들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은 우리사회를 건강한 사회로 만드는 가장 기초적인 노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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