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사회는 정부가 중등학교 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공포하면서 국론이 분열된 상태다. 국정화 반대론자의 주요한 이유는 ‘역사 이해의 다양성을 해친다’는 것이고, 찬성론자들의 주요한 이유는 ‘균형잡힌 역사 인식을 갖자’는 것이다. 여론의 동향을 보면 11월 3일 정부의 국정화 확정고시 이후 갤럽조사 결과 ‘반대’ 53%, ‘찬성’ 36%로 반대여론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최근 충북대신문이 우리 대학 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는 응답자의 절대 다수인 274명(91.3%)이 반대하였고, 그 이유는 ‘권력의 뜻대로 역사재단’(140명, 51.1%)과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서’(115명, 42.0%)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일반 사회여론에 비해 젊은 학생들의 반대가 훨씬 더 큼을 알 수 있다.
일제의 식민사관을 극복하여 한국의 전통을 재인식하고, 새로운 한국사학을 건설하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몫이다. 그러나 그것이 국정화는 아니다. 사실 현재의 8개 검인정 국사교과서는 중도 내지 우편향인데, 정부와 여당에서는 좌편향을 문제 삼고 있으니 국사교과서에 대한 객관적 인식 자체가 왜곡돼 있는 실정이다. 또한 현재의 국사교과서에 문제가 있다면 교육부의 검인정 지침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교과서를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그동안 문제만 제기하고 아무도 새로운 교과서를 집필하지 않았을 뿐이다. 따라서 현재 검인정 교과서에 문제가 있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학자 E. H. 카(Carr)에 따르면, 과거의 역사 속에 흩어져 있는 무수한 사실들 가운데 역사가의 판단과 해석의 대상이 된 사실만 역사적 의미를 띤 사실 곧 ‘역사적 사실’이 된다. 역사적 사실은 자연과학적 사실과 달리 역사가의 완전 중립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역사가의 사관과 시대배경, 문화를 반영하는 해석의 대상이기 때문에 역사가가 아무리 역사를 객관적으로 서술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 주관성을 띨 수밖에 없다. 곧 역사적 사실은 다양한 역사가에 의해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역사에 객관적 진리는 없다. 역사 연구의 목적에 대해 공자는 역사적 사실로부터 ‘교훈’을 얻는 것이라고 했고, 역사학자 콜링우드는 ‘인간의 자기인식’이라고 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교훈과 인식 또한 개인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요임금이 자신의 신하인 순(舜)에게 양위하고, 탕왕과 무왕이 각각 폭군 걸(桀)과 주(紂)를 내쫓고 새로운 나라를 세운 똑같은 사실에 대해, 공자와 맹자는 밝은 군주가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해석한 반면, 법가의 한비는 신하가 군주의 나라를 탈취하고 군주를 시해했다고 정반대로 해석했다. 이에 대해 후대의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한비보다는 공맹의 해석을 더 따른다. 이처럼 역사적 사실에 대한 역사가의 다양한 해석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후대 사람들의 몫이다.
세계사 연구자들에 따르면 페르시아와 로마, 당(唐), 몽골처럼 대제국을 건설했던 나라들의 공통점은 경쟁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원적이고 관용적이었다. 그에 반해 오스만, 명(明), 무굴처럼 불관용과 외국인 혐오, 인종적․종교적․민족적 순수성을 지향할 때 제국은 쇠퇴하였다. 우리 한국 국민이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역사 인식을 갖기를 바란다면, 정부는 우리 역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시각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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