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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유가치시대의 세대공감을 위하여
제 903 호    발행일 : 2016.03.02 

  지속적인 저성장과 인구고령화, 저출산의 문제는 심각한 경제적 문제를 야기시키며, 각 세대별로 각기 다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공통점은 노인과 청년 모두 경제적 어려움을 견디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고, 이로 인해 세대 간 갈등도 위기수준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과 이탈리아는 장기불황과 재정위기로 세대 간 갈등을 일으키고 있지만, 독일의 경우는 상생의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오히려 국가경쟁력을 상승시켰다(1997년 16위→2014년 9위). 우리나라의 현 정책은 이탈리아를 많이 닮아 있다. 현재 이탈리아는 취업난으로 인해 청년층의 20%가 해외로 나가있는 상태여서 복지를 위한 세수에 타격을 받고 있고, 노인들은 무너지는 연금체계로 인해 심각한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청년들은, 3포세대, 5포세대를 지나 7포세대로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 열정페이, 미생 등으로 대변되는 청년들의 고통을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받아들이면서 ‘달관세대’로의 삶을 강요받고 있다.
  달관세대는 일본의 사토리세대와 유사하다. 일본 사토리세대는 ‘무욕(無慾)의 세대’, ‘소비하지 않는 세대’, ‘경쟁을 싫어하며 좁은 틀 안에서 만족하는 세대’이다. 장기 불황이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나 희망을 주지 않자 어떤 목표를 가져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인식이 생겨났고, 이는 청년들에게 도전정신을 말살시켰다. 사토리 세대의 왜곡된 안분지족(安分知足)은 ‘잃어버린 20년’의 경험을 통해 ‘욕망해 봤자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생긴 일종의 자기방어적인 혹은 강요된 만족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젊은이들에게도 사토리 세대 징후가 보이고 있다. 사토리 세대는 거품경제 붕괴로 일본이 저성장 사회에 돌입하면서 출현했다. 한국도 4년 이상 3%대 성장에 머물면서 취업난이 심각하다. 결혼.연애.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 비정규직 ‘장그래 세대’는 사토리 세대와 많이 닮았다. 사토리 세대가 왕성한 소비력을 자랑하는 ‘단카이 세대(1947~1949년 출생)’에 치이는 것처럼 ‘장그래 세대’도 고도 성장기를 거친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의 위세에 눌려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고성장에 힘입어 성공을 쟁취했고 부동산 호황으로 부를 일궜다. 반면 20.30대에게 취업은 바늘구멍이고, 결혼해도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꾼다. 심지어 아버지.삼촌 세대와 일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렇다 보니 패기도 없고 나약하다. 드라마 ‘미생’ 은 잠복해 있던 수많은 장그래의 한숨과 고뇌를 수면 위로 드러냈다. 국내 비정규직은 669만명으로 일본에 비해 적지만 비율로 보면 한국(35.5%)과 일본(38%)이 비슷하다. 정부는 최근 비정규직 계약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한다지만 더 많은 장그래를 양산할 수 있다는 반발도 크다.
  청년의 고통은 세대갈등의 원인이 되고, 세대갈등은 반드시 사회적 혼란과 국력의 쇠퇴를 가져온다. 취준생 아들, 딸을 두고 일용직 일자리를 위해 새벽길을 나서는 50. 60대 부모님들, 그리고 그들에게 기대어 무력한 백세시대를 살아가는 70.80대의 노인. 결국 청년의 문제는 가족의 문제이고, 청년이 흔들리면, 부메랑처럼 가족내 모든 세대들이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 혹자는 청년들이 너무 욕심이 많아 힘든 일은 거부하기 때문에 더욱 청년실업이 증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90년대를 전후하여 태어난 지금의 청년세대는 가장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시기에 태어나서 아동기에 IMF, 청소년기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 치열한 대학입시 경쟁을 뚫고 20대를 맞이한 세대이다. 상대적으로 부유했던 이들의 부모세대는 그들의 부모세대에 비해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며 소비지향적인 삶을 살아왔다. 따라서 갑작스런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했고, 일부의 사람들은 급격한 경제적 삶의 질 저하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베이비붐 세대가 전쟁과 절대빈곤을 겪으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삶의 강인함을 얻었다면 지금의 청년세대는 가까이서 그런 빈곤을 목격하지도 경험하지도 못했기에 소위 ‘헝그리정신’으로 무장을 할 수가 없다. 아무리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아도 ‘최소한’의 삶에 대한 표준 자체가 기성세대의 ‘최소한’과는 차이가 있다. 때문에 소비를 줄이기 보다는 아예 포기하는 것이 더 쉬울 수밖에 없고, 이들에게는 더 이상 줄일 것이 없기 때문에 결국 소비를 ‘못하는’ 것이 된다. 연애도 그렇고, 결혼도 그렇다. 헝그리하지 않은 시대에 태어난 청년에게 헝그리 정신을 강요하는 지금의 시대. 삶의 가치와 공유된 방향성을 얻기 위해 무엇보다도 세대공감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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