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십니까! 고고미술사학과 14학번 신입생 김선호입니다” 2014년도 3월, 중문의 한 주점에서 나는 수십 명의 학과 사람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했다. 꼿꼿한 허리와 긴장 섞인 목소리는 영락없는 신입생이었다. 한잔, 두잔 마실수록 술잔은 흐려졌고, 금세 얼굴은 새빨간 홍당무로 변했다. 몇몇 동기들은 이미 빠져나가고 없었다. 문득, ‘선배들이 군기를 잡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학과 대면식은 별일 없이 마무리 됐다. 그리고 첫 대면식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또렷하다.
이 같은 신고식의 기원은 고려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음서제도로 들어온 신참을 혼내주기 위한 것으로 시작된 신고식은 조선시대에도 이어졌다. 조선 최고의 교육기관인 성균관에 입학한 신입생에게는 ‘신방례(新榜禮)’라는 혹독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선배들은 신입생에게 가혹행위를 하며 노래와 과음을 강요했다. 신방례의 수위는 해마다 높아져 이를 버티지 못한 일부 유생들은 성균관 입학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신고식은 심지어 관리들에게도 성행했다. 율곡 이이는 신고식을 거부하다가 관직에서 쫓겨나기도 했으며, 다산 정약용은 신고식을 회상하며, “수리부엉이 울음소리를 내고…. 시키는 대로 다 해봤지만, 안 되는 걸 어쩌겠냐”고 토로할 정도였다. 심지어는 중종 39년 신고식으로 죽는 사람이 생기자 사헌부가 나서 ‘나라의 폐단으로 작용하는 신고식을 없애야 한다’는 상소를 올려 ‘사대부부터 군졸까지 신례(신고식)를 금하라’는 어명까지 내려졌다. 어명에도 불구하고 신고식의 폐단은 조선 후기까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었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세상은 신입생 신고식으로 시끄럽다. 올해 부산의 한 대학교에서 선배가 신입생에게 오물 섞인 막걸리를 뿌리는 모습이 SNS에 올라오자, 한동안 조용했던 신입생 신고식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우리 학교 모 학과 발대식에서도 신입생들을 잔디밭에 앉혀 놓고 선배가 막걸리를 뿌리는 모습이 SNS에 퍼지면서 많은 지탄을 받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모든 문제는 술이다. 마시고 이성을 잃어서 문제, 마시는 술로 타인을 괴롭혀서 문제다. 사람이 술을 마셔야지 술이 사람을 마시면 되겠는가. 앞으로 우리 학교 학생들은 술로 인해 스스로 주(酒)와 한 몸이 되기보다는 스스로를 바꿔가는 주(主)가 되었으면 좋겠다.








신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