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새벽에 집을 들어갔다. 어깨 위에 메고 있는 가방끈이 무겁게만 느껴진다. 현관문을 연 다음,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곧바로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했다. “선호야, 밥값은 좀 했니?”
매일이 정신없는 하루다. “전공수업 과제는 언제 끝내지?”,“점심은 어디서 먹지?”, “여자친구와 여행날짜 잡아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맴돌때 쯤이면 하루가 다 지나간다.
7년 전 돌아가신 필자의 아버지는 식사를 할 때마다 항상 ‘밥상머리 교육’을 하셨다. 밥상을 사이에 두고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 “어른 앞에서는 항상 예의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항상 말씀하셨다. 그때는 그저 부모님의 흔한 잔소리로만 생각하고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런데 아버지가 떠나신 지금, 하셨던 말씀 중 “오늘 밥값 좀 했니?”라는 말씀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지금의 필자에게 아버지의 그 말씀은 하루를 되돌아보는 성찰이다. ‘오늘도 과연 최선을 다했는가’하는 나 자신의 반성이다.
우리 주변에는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남에게 의지해 무위도식(無爲徒食)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나는 밥값 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밥값은 우리에게 쉽고도 어려운 의미다.
조선시대 사대부가에서는 밥을 먹을 때마다 늘 생각하라고 가르쳤다. 바로 <규합총서>에서 나오는 ‘식시오관(食時五觀)’이다. 식시오관은 말 그대로 ‘밥 먹을 때 살펴야할 다섯 가지 생각’이다. 그 중 두 번째 덕목으로 언급되는 것이 ‘촌기덕행 전결응공(忖己德行 全缺應供)’이다. 즉, 음식을 두고 먹을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성찰한다는 것으로, 이 밥상이 내가 일한 대가인가를 고민하라는 의미다.
이를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는 “어버이를 섬기고, 임금을 섬기며, 입신양명을 해야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주어진 책임과 역할을 다함으로서 제 몫을 다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공자가 주장한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답게, 어버이는 어버이답게, 자식은 자식답게”라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와 일맥상통한다.
어느새 올해도 절반이 지나고 있다. 저마다 하는 일은 다르지만, 누구나 지난 일을 되돌아보면서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고민한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 그 생각의 첫걸음이 ‘밥값’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그대, 밥값 좀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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