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 그대로 ‘치기 어린 젊은 날’의 초상이었다. 그야말로 젊기에, 잘 몰랐기에 가능했던 그 모든 것들. ‘앞으로 내가 문학적으로는 이보다 얼마나 더 완벽한 글을 쓰게 되든, 그리고 또 어떤 평자가 어떻게 평을 하든, 내 가장 큰 애착은 항상 이 책 위에 머무를 것’이라던 작가 후기에 나 역시 공감했다. 자전적 요소가 많다고 느껴진 게 생생한 문체 덕도 있지만 후기에서 느낀 인간적 면모 때문도 있었다.
젊은 날, 청춘의 시기는 누구나 간직하고 있다. 이를 앞둔 이와 지나는 이, 이미 지나버린 이의 차이만 있을 따름이다. 청춘을 어떻게 정의하건 언젠가 시들어버릴 거라 생각하면 벌써 마음이 서글퍼진다. 작가 후기에서 느낀 회한과 그리움은 이런 데서 비롯됐던 것이 아닐까.
책은 1부 ‘하구’, 2부 ‘우리 기쁜 젊은 날’, 3부 ‘그해 겨울’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 주인공이 강진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면서 있었던 일, 대학 시절 교내 생활, 그리고 학교 밖에서 방황하는 이야기다. 2부에는 주인공이 학우들과 어울려 온갖 지적 허영이 넘치는 담론을 나누는데 이마저도 참 건강한 대학생들 같아 보였다. 주인공의 행동과 말씨 모두 평균 이상으로 감성적이고 철학적으로 느껴지는데 일단 미숙한 치열함이 전제되었다고 생각해보면 그리 밉게 보이지는 않았다. 도리어 어떤 열병을 앓는 환자인 양 느껴지기도 했다.
한 번씩 비뚤어진 마음으로 엇나갈 땐 내가 다 짜증나는 마음 반, 안타까운 마음 반이 돼 내 기억을 되짚어보게도 했다. ‘으이구 참 젊다, 이거 온통 실수담이네! 왜 그랬니?’ 싶다가도 그 어설픈 사내놈들이 나로부터 좀체 분리되지가 않는 것이다. 치이고 고꾸라질지언정 생각지 못한 데서 인생을 배우고 경험하는 모든 과정이 필름을 아껴가며 찍은 사진들처럼 애정 어리게 보였다.
난 내 젊은 날들 중에 어디쯤 서 있을까? 일 년이라도 일찍 이 책을 봤으면 더 좋았을 걸, 생각도 해봤지만 지금도 나쁘지 않다. 그런 것 같다.
지났을 때 좀 창피스럽게 느껴지더라도, 후회하더라도 젊음이란 이름으로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어디론가 훌쩍 떠나서 나의 오감을 자극하는 만물에 마음껏 찬탄하는 것, 사방에 눈을 반짝이며 호기심을 갖는 것, 세상 법칙에 나름의 철학을 들이밀어 보는 것, 그리고 기록으로 남겨 갈피마다 그리워하는 것. 이 모든 기억이 내 살점이 되고 자산이 되어 주리라는 믿음이 더욱 굳건해졌다. 앞으로 방황할 날들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이 더해졌다. 고마운 책이다.
“그러나 갈매기는 날아야 하고 삶은 유지돼야 한다. 갈매기가 날기를 포기했을 때 그것은 이미 갈매기가 아니고, 존재가 그 지속의 의지를 버렸을 때 그것은 이미 존재가 아니다. 받은 잔은 마땅히 참고 비워야 한다. 절망은 존재의 끝이 아니라 그 진정한 출발이다.”(<젊은 날의 초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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