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가 등장한 이후 인류는 핵전쟁에 대한 두려움 속에 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핵무기의 파괴력은 공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핵이 폭발하면 폭풍, 열, 초기 방사선, 전자기 파동이 대량으로 발생하고, 이후 잔류 방사선(낙진)으로 광범한 지역이 오염되기 때문에 막대한 인명 피해는 물론 거의 모든 생명체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1945년 미국이 처음 핵실험에 성공한 이래, 1949년 소련, 1952년 영국, 1960년 프랑스, 1964년 중국, 1974년 인도가 핵보유국이 되었고, 파키스탄과 이스라엘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특히 미국과 소련은 상대방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핵무기 개발에 몰두했고, 양국 모두 상대방은 물론 인류 전체를 파멸시킬 수 있는 엄청난 양의 핵무기를 갖게 되었다. 그 결과, 미국과 소련은 ‘상호확증파괴능력’에 기초해 서로에 대한 핵공격을 억지했다. 즉, 상대국의 선제 핵공격에도 살아남아 보복 핵공격을 통해 상대국을 전멸시킬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상대국이 나에게 핵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이를 ‘공포의 균형’이라 부른다.
한편, 핵무기 제조 기술이 확대되고, 핵보유국이 늘어나면서 먼저 핵무기를 개발한 국가들은 더 이상 핵무기가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할 국제적 장치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탄생된 국제적 장치가 바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핵확산 방지 조약(NPT)이다. IAEA는 UN의 독립 전문기구로 평화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핵시설을 사찰하고, 기술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지원한다. NPT는 기존의 핵보유국(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 중국)이 제3국으로 핵무기를 양도하는 것을 금지하고, 비핵보유국의 핵무기 보유도 함께 금지하는 조약이다. NPT 가입국들은 IAEA와 핵안전보장협정을 체결하고, 모든 핵시설과 핵물질에 대한 사찰을 받을 의무를 지며, 위반사항은 보고해야 한다. 만약 이를 위반하면 UN 안전보장 이사회의 합의에 따라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다.
비핵보유국에 대한 이러한 통제는 기존 핵보유국들조차 핵무기 통제가 어려운데, 상대적 약소국들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정치·군사적 목적 달성을 위해 핵무기를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불신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핵보유국의 핵공격이나, 북한처럼 NPT 비가입국가가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비핵보유국의 안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핵보유국들은 자신의 동맹국 중 비핵보유국에게 ‘핵우산’을 제공함으로써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핵우산’이란 동맹국에 대한 적국의 핵공격이 있을 경우 핵보유국이 동맹국을 대신해 보복해 줄 것을 약속함으로써 핵보유 적국의 핵비보유 동맹국에 대한 핵공격을 억지하는 전략을 말한다.
아직까지 핵우산이 실제로 작동한 사례는 없다. 하여 핵우산이 적국의 핵위협으로부터 비핵보유국을 보호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과거 프랑스는 미국의 핵우산 제공 약속에도 불구하고 핵보유를 선택했다. 당시 프랑스는 ‘소련의 핵공격으로 프랑스가 이미 괴멸된 상태에서, 소련의 보복공격으로 자국의 대규모 피해가 명확한데도 미국이 소련에 대한 핵공격을 결정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현재 우리나라도 미국의 핵우산을 통해 북한의 핵위협을 억지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핵능력이 예전의 소련처럼 ‘상호확증파괴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때문에 우리가 프랑스의 전철을 밟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어떤 이유에서든 핵무기의 사용은 우리의 생존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생존을 파멸로 이끄는 일이다. 현재의 최선은 그것이 어렵고 이상적일지라도 모든 국가가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고, 핵 통제와 핵 군축에 나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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