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가 학군사관 후보생으로 하계훈련에 입소해 마지막 주말의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때였다. 한 생활관 동기가 <담론>이란 책을 읽고 있었다. 지금은 돌아가신 신영복 교수가 쓴 책이다. 마지막 장을 넘긴 동기는 “김선호, 너도 한번 읽어 볼래?”라며 책을 권했다.
신영복 교수는 전 성공회대 석좌교수로 육군사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다가, 1968년 통일혁명당사건에 연루돼 20년간 억울한 감옥살이를 한 분이다. <담론>은 신영복 교수가 성공회대와 각종 강연회에서 한 강의를 마지막으로 집대성한 유작이다.
<담론>을 받아 든 순간 두껍고 묵직한 느낌에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낮잠 밖에 할 일이 없던 훈련소의 주말이기에 나는 곧장 책장을 넘겼다. 그때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구절이 하나 있다. 바로 “역사는 변방에서 이루어진다”는 구절이다.
1948년 정부 수립이후, 곧바로 우리나라는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전쟁의 화마에 휩싸였다. 무기·병력 모두 열세인 상황에서 6.25 참전용사들은 나라를 지켜냈다. 이후, 그들은 산업화의 역군이 되어 오늘날의 우리나라의 번영을 일궈냈다.
민주화를 위해 불의와 싸운 이들도 오늘의 우리나라를 있게 한 주역들이다. 3.15부정선거에 항거해 경찰의 폭력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지만, 그것에 굴하지 않고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 낸 4.19세대. 군사독재정권의 탄압과 억압에 굴하지 않고 대항해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정점으로 민주주의의 꽃을 피운 민주화 세대. 이들이 있었기에 오늘 날 우리는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IMF의 극복과 IT산업 발전을 이끈 밀레니엄세대도 지금의 우리나라를 있게 한 주역들이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는 특출난 지도자나 영웅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삼촌세대가 이룩한 결과물이다. 모든 세대가 각자에게 주어진 환경과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가 지금의 대한민국인 것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변방에 있었던 이전 세대가 만들었듯이 앞으로의 대한민국은 현재의 젊은 세대가 만들어야 한다. 앞선 세대가 물려 준 소중한 유산을 우리 젊은 세대들이 어떻게 이어 받느냐에 따라 ‘헬조선’이 될 수도 있고, ‘헤븐조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역사는 특정 지도자나 영웅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비록 변방에 있지만 우리들 하나하나의 힘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 젊은 세대, 특히 우리 대학생들의 책임이 무겁다. 이제껏 시대와 역사의 방관자로 살아왔다면 이제는 고민을 해야 한다. 과연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이 무엇인지를.








신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