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F영화에 대한 나의 고정 관념을 바꾸어 준 영화를 소개하고 싶다. 바로 마이크 카힐 감독의 <I Origins>(2014)이다. 감독은 새로운 시각으로 SF적 요소를 바라봐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데, 전작인 <Another Earth>(2011)가 천문학과 평행 이론을 활용해 자아를 마주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면, <I Origins>는 생명과학과 종교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마이크 카힐은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나온 한 아프리카 소녀의 눈을 보고 영감을 얻어 각본을 써내려 갔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일관되게 눈에 대한 내용이 등장한다.
“나는 당신에게 나의 세상을 바꾸어 버린 눈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주인공 이안은 진화에 의해 눈이 발달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하는 과학자이다. 또 그는 운명이나 관념을 믿지 않고, 증명된 것만을 믿는 유물론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반면에 그의 애인 소피는 종교적 신념이나 운명, 상징체계를 믿는 관념론적인 모습을 보인다. 관념론과 유물론, 종교와 과학은 오래전부터 대립된 개념이다. 감독은 이런 설정에 소위 말하는 운명적 로맨스를 곁들여 흥미롭게 영화를 전개한다.
“인디언의 전설에서 흰 공작새가 상징하는 건 영혼들을 세상으로 흩어지게 하는 거라고 해”
“넌 저게 멜라닌이나 다른 색소가 세포 속에 결핍된 걸 상징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
가장 핵심적인 마지막 부분에서 영화는 과학과 종교 둘 중 어떤 것에도 분명하게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주목할 것은 이안의 변화하는 모습이다. 입증된 것만을 믿는 그가 자신의 과학적 신념과 어긋나는 것을 증명해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그의 신념은 흔들리고 혼란을 느낀다. 영화 끝부분에서 그는 자신이 느낀 증명되지 않은 느낌을 믿고자 한다. 그것은 과학과 종교, 혹은 자기 자신을 뛰어 넘은 어떠한 것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여진다.
“한 과학자가 어느날 달라이 라마에게 질문 했어요. ‘만일 어떤 과학적 사실이 당신의 믿음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가 말하길, ‘…최종적으로 내 정신적인 믿음이 틀렸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증거가 만일 확실하면 내 믿음을 바꿀 것 이오’ 라고”
“멋진 대답이군요.”
“만일 정신적인 어떤 것이 당신의 과학적 믿음이 틀렸음을 입증한다면 어떻게 하겠어요?”
영화 속 두 배우의 눈을 보고 있으면 잔잔한 물 속으로 천천히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이렇게 고요하면서도 흡입력이 있다. ‘I Origins’를 본 어떤 이는 단순한 로맨스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종교와 과학 사이에서 답답함을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영화가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고, 여운을 남긴다는 것이다. 아직 이 영화를 만나지 못했다면, 꼭 한 번 만나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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