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물을 본 적이 있는가? 물의 빛깔은 당신이 발을 딛고 서 있는 곳에 따라 달라진다. 강의 물은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고 정처 없이 떠도는 이방인처럼 투명하고, 호수의 물은 죽을 때까지 그 자리에서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망부석처럼 탁한 청록색과도 같고, 바다의 물은 하늘과의 경계선을 지워놓은 한 폭의 도화지처럼 푸르다. 구병모 작가의 2011년도 소설 <아가미>는 이처럼 수많은 물의 색깔을 지니게 된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아가미>는 아버지가 아이를 안고 호수에 빠져 자살하는 순간, 그 호수에서 호흡을 얻어 살아나게 된 ‘곤(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소년은 물속에서 생명을 얻어 태어난 아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물속에 잠겼을 때 알 수 없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물속에서의 호흡기관, 즉 아가미를 얻게 된 아이이다.
곤은 자신의 정체가 언제 밝혀질지 모르기에 나약하다. 사람들에게 자신이 물고기로 보일지, 사람으로 보일지 몰라 두려워한다. 그래서 최대한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염려하면서도 물속에 빠진 아기를 구하고, 물에서 위기를 맞은 사람들을 구하는 등 자신의 정체를 숨긴 영웅의 모습을 보인다.
이제까지 우리에게 익숙했던 영웅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곤’이라는 소년 캐릭터는 나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어떤 면에서는 ‘곤’이라는 캐릭터가 너무나 정적이어서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나의 개인적 생각으로는 그렇게 지독한 정적인 면 때문에 ‘곤’이라는 캐릭터가 완성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아가미>는 판타지 장르인 것 같으면서도 소름 돋게 성장소설이다. 소설 전반에 ‘곤’이라는 인물의 독특한 캐릭터가 짙게 녹아있으면서도 또 다른 등장인물들 강하, 이녕, 해류와의 관계속에서 ‘곤’이 성장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은 ‘숙명’과 ‘존재’에 관해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색이 있는 글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가끔 본다. 구병모 작가의 소설 <아가미>는 눅눅하고도 습한 늪지대의 색이 묻어나기도 하고, 자수정과도 같은 아름다운 보랏빛 조명이 물결에 비춰지기도 하며,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의 푸름을 담은, 어쩌면 ‘곤’이 지금까지도 헤엄치고 있을지 모를 바다의 색이 담겨있다. 더러운 호숫가에서 넓은 바다로 나가기까지의 슬픔과 기쁨, 상실, 고통, 눈물, 그리고 사랑을 담은 한 소년의 주검과도 같은 생명의 열린 여정을 위해 기도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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