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칼이라는 동물이 있다. 작은 몸집과 빠른 몸놀림이 특징으로 개과에 속하는 동물이다. 이 녀석의 사냥법은 독특하다. 자신보다 훨씬 큰 몸집을 가진 동물을 가운데 세워두고 발목만 살짝 가볍고 빠르게 물어뜯고 도망가는 것을 수십 번 반복한다. 결국 사냥감은 제대로 된 반격 한번 하지 못한 채 출혈을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게 되고 자신보다 힘이 훨씬 약한 자칼의 먹잇감이 된다.
꼬마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린 것을 흔히들 기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것은 다윗에게 너무도 당연한 승리였다. 창과 방패로 중무장하고 다윗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던 골리앗에게 다윗은 멀리 떨어져서 투석 주머니로 돌을 날려 그의 이마에 명중시켰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원하는 싸움이 아니라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방식으로 싸운 다윗은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을 한 것이었다.
한 40대 초반의 남자가 있었다. 사업에 크게 실패한 그에게 세상은 냉혹했다. 별다른 경력이 없는 전직 국회 입법보좌관을 써줄 회사는 어디에도 없었다. 부양할 가족을 생각하면 답답하기만 했다. 할 일이 없었던 그는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찾았다. 구두를 벗고 운동화를 신었고, 양복을 벗고 작업복을 입었다. 길에서 주운 청소도구로 지인의 건물 관리를 시작했다. 현명하고 부지런한 그의 아내가 변함없이 그의 곁을 지켰고 그는 모든 체면을 버리고 일했다. 꾸준히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하자, 그의 사업은 해가 갈수록 조금씩 성장했다. 15년이 지난 지금, 그는 스무 명이 넘는 직원들을 고용하며 사업체를 경영하고 있다. 나의 아버지 이야기다.
얼마 전 정말 무서운 경제 분석 기사를 읽었다. ‘취업난’을 넘어서 ‘취업대란’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이제 다른 용어를 써야 할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경제활동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는데, 세계 각국의 사례를 비추어 볼 때 향후 7~9년간 실업률이 증가할 거라는 전망이 강하다는 것이다. 산업 구조상 적어도 2025년에나 취업 시장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말이다. 이것은 지금 구직활동을 벌이고 있는 20대 중.후반 청년들에게 취업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몇 해 안에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나이만 많고 경력은 없다는 이유로 고용시장에서 외면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N포 세대’, ‘흙수저’, ‘헬조선’같은 우리 사회에 대해 자조와 비하가 섞인 극단적인 말들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시간이 갈수록 우리 청년층에게 세상이 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나도 몸소 느끼고 있다. 이미 학교를 졸업하고 꽤 괜찮은 능력을 가진 수많은 친구들과 선배들, 친척 형.누나들이 높은 취업 문턱에서 좌절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있다. 나도 곧 보게 될 임용고시 경쟁률이 매년 치솟는 것을 보고 조금은 두렵다. 다들 가슴이 답답하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있으며, 끊임없이 자신의 길을 모색해 가는 사람들에게 미래는 밝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조금 힘들고 어려워도 그것이 어쩌면 삶의 본질에 가까운 모습이 아닐까 싶다. 힐링보다는 열정을 추구했으면 좋겠다. 세상이 정한 방식을 거부하고, 세상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길을 찾는 젊음들에게 아직 세상은 그렇게 어려운 곳이 아니라 믿는다. 자칼, 다윗, 그리고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처럼 우리 누구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작년에 한 강연회에서 맨손으로 중견기업을 일군 중년의 사장님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패기가 없다면 청춘이 아니고, 오기가 없다면 젊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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