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능 열흘 전.’ 지난 6일 발행된 충북대신문 제924호에 실렸던 기자의 데스크칼럼이다. 이와 같이 모두에게 2018학년도 수학능력평가(이하 수능) 11월 16일은, 당연했고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오늘, '수능 나흘 뒤'가 됐어야 할 수험생들의 일정이 ‘수능 사흘 전’으로 변했다.
지난 15일 오후, 경상북도 포항시에선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9월 경상북도 경주시에서 발생한 지진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이지만, 당시 지진보다 진원의 깊이가 얕아 진동이 더 크게 그리고 더 먼 곳에서 감지됐다. 지금까지 여진이 계속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포항시 수능 시험장 14개교 건물 일부에 균열이 발생해, 예정돼 있던 수능이 ‘일주일’ 연기됐다. 돌발적인 요인으로 수능이 미뤄진 것은 1993년 수능 도입 후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수험생들은 일정이 갑자기 변경돼, 많은 혼란을 겼었다. 특히 일각에선 ‘소수를 위한 다수의 희생을 강요한 행정적 무리수’, ‘대책 없는 수능 연기’ 등의 부정적 의견이 적지 않게 들려왔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의연하면서도 현 사회에 대해 ‘자각’하게 만드는 수험생들도 있었다.
그 예로, 창원지방법원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SNS에 고등학교 3학년 딸이 친구들과 나눈 대화의 내용을 전했다. 다음은 해당 게시물의 전문이다.
“고3인 우리 딸 단톡방에 올라온 말. ‘경주 지진 때는 가만히 있으라고 했는데, 수능 연기하는거 보니 나라다운 나라가 된 것 같다. 우리는 고3 때 대통령도 쫓아내고, 수능도 연기시킨 역사적인 고딩이다.’ 시험 전날 연기돼 허탈, 황당했을 텐데 차분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님들. 멋져요.”
이젠 천재지변으로 위험에 처한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무책임하고 그릇된 판단이 아니라 수능 일정을 연기한 우리나라. 기자는 대다수의 사람과 같이 ‘나라다운 나라’가 됐다며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이 어딘가 얼얼했다. 대체 우리나라는 그동안 무엇을 최우선으로 생각했기에, 국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이번 결정이 ‘나라다운 나라가 됐다’는 평가를 받게 만든 것인가. 지금까지 우리에게 당연해야 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던 것일까? 국민과 수험생 한 명 한 명의 안전을 강조함과 동시에 정부를 포함한 다수가 먼저 불편을 감내하자는 이번 결정은, ‘정권 교체’의 순기능을 실감시켜준 또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었다.
‘고구마’를 먹은 것처럼 속이 꽉 막히고 답답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톡 쏘는 ‘사이다’를 마신 것 같이 상쾌한 기분이다. 당연해야 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던 과거와 다른 현재와 미래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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