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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장선거를 앞두고
제 925 호    발행일 : 2017.11.20 


  바람직한 총장 선거를 위하여 함께 고민해보자. 교육부의 반강제적인 대학 평가로 말미암아 우리 학교는 현재의 총장을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선출했다. 말이 간선제지 50명가량 되는 선거인단은 진정한 간선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축소된 직선제와 같은 무작위적인 선거인단의 선출은 마치 미국의 배심원단 모집에서나 나오는 것이지 진정한 간선제의 모양은 아니었다. 하다못해 미국의 배심원단도 유무죄를 판정하는 권한을 가질 뿐 형량은 전문가들에게 맡긴다.
  미국에서 총장을 뽑을 때 놀라운 것은 10여 명의 선출위원회(board)에서 몇 명의 지원자를 놓고 몇 개월을 숙고한다는 점이다. 회의하고 또 회의해서 적당한 인물을 선택하는 것이다. 물론 선출된 총장이 우리처럼 4년마다 바뀌는 일도 없다. 사실 이러한 숙고의 방식은 핵발전소 건설과 관련되어 회자되었던 이른바 숙의(熟議)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미국 대학에서 교수 초빙을 할 때 최종 3인가량을 각자 2박 3일씩 면접을 보는 것도 교수와 학생과의 접촉을 통한 숙의의 과정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번의 총장 선거는 간접 선출의 진정한 의미를 달성하지 못한 간접선거였다. 혹독하게 말한다면 과거 유신시대의 통일주체국민회의처럼 주권자들이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학문의 독립성이 강조되는 대학의 기관장을 선출하는 이상적인 제도는 아니었다. 선거의 난맥상을 바로잡는다는 명분 아래 직선도 간선도 아닌 얼치기 제도를 급조해낸 것이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도 선거인단을 선출해서 뽑는다는 점에서 엄밀한 의미에서의 직선제는 아니다. 따라서 국민 전체의 의견과 다수의 의견을 축소한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는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대의(代議) 민주주의의 형태다. 전문적인 정치가 집단인 상원과 국민의 의견을 그때그때 반영하는 하원이 공존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우리도 여전히 국회의원 선거하고 그들에게 정치를 맡긴다. 그런 점에서 직선만이 이상일 수는 없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어정쩡했다. 따라서 우리 대학 교수회에서는 직전의 간접선거를 예외적인 형태로 규정했고, 이제는 원상으로 회복한다고 밝힌 것이다. 아무리 과도기적인 모양이라고 변명을 해도 단순한 축소 직선 선거로 변질된 간접선거는 그것의 장점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
  우리는 촛불시위를 통해 비폭력의 국민적 능력을 보여줬다. 거기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출만이 있었지 점거나 무질서는 없었다. 그럼에도 최고 권력자를 권좌에서 내려오게 하는 엄청난 힘이 담겨 있었다.
  총장직선제로 바뀌면서 그간에 숨어있던 여러 집단들의 이해가 표출될 것이고, 그것은 대학이 대학일 수 있는 모습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폭력적으로 드러난다면 사회가 대학을 보는 눈은 곱지 않을 것이다. 대학이 힘겨루기 선거로 돌아갈 때 반강제적으로 간선제를 시행한 교육부는 자신들의 정책이 옳았음을 재확인할 것이고,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권력기관인 교육부가 아니라 그 아래서 꼼짝달싹하지 못하는 대학으로 하향 조정될 것이다. 이런 위험으로부터 교수도, 직원도, 학생도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 대학이 이번에도 직선의 매를 먼저 맞는다. 매를 잘 맞는 방법은 오직 하나다. 점거, 몸싸움, 무력시위가 없는 평화일 뿐이다. 1980년 5월 신군부가 정권 창출을 위해 고무했던 서울역 앞의 시위를 대학에서 되풀이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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