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최고의 트렌드가 ‘가성비’였다면, 2017년 작년에는 ‘욜로(YOLO)’가 그 자리를 채웠고, 2018년 올해는 ‘가심비’가 주목받고 있다. 가심비(價心比)는 ‘가격 대비 만족감 비율’을 뜻하는 것으로,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자신의 행복이나 즐거움을 위해 상품을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항상 제한된 자원(예산)하에서 끝없이 생겨나는 욕망을 컨트롤하며 소비행위를 하게 되기 때문에, 예산제약의 부담을 줄여주는 가성비적 소비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가심비적 소비 모두가 일상적으로 추구되는 것이다. 다만 사회적 상황과 개인의 상황적 특성에 따라 이 두가지 측면의 경중이 조금씩 변화를 맞이하는 것이다. 또한 시간에 대한 개념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데, 미래가치를 더 크게 인식하는 사람은 미래에 보다 풍요로운 삶(소비)를 위해 현재의 불편(비소비)를 기꺼이 감수하고, 저축을 통해 현재 사용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을 미래로 변경한다. 반면에 현재의 시간가치를 더 크고 중요하게 인식하는 사람은 저축을 하는 것보다 지금 현재 소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용이 훨씬 크기 때문에 비록 저축액을 미래에 이자까지 더해서 더 큰 돈으로 소비할 수 있다고 해도 그 효용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며, 현재의 소비에 의미를 부여하는 소위 욜로족이 된다. 요즘 핫한 김생민씨의 표현을 빌자면, 후자는 ‘스튜핏’이지만, 이는 경제적 관점에서 볼때에나 ‘스튜핏’인 것이지, 그 사람 자체가 ‘스튜핏’이라 볼 수는 없다. 즉, 소비자 개개인이 어디에 더 가치를 두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들어 왜 현재가치를 더 크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욜로족이 더 많이 늘어났을까 질문해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자율도 점점 낮아져서 이자수입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질 수도 없고, 무엇보다도 아무리 노력해도 미래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 같지 않다보니 그런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보다는 현재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증가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전히 우리는 경제적 제약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또한 행복은 꼭 돈으로 무언가를 사고, 쓰는 데에서 충족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많은 소비자들은 현재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미래에 대해 합리적으로 염려하고 이를 대비하려는 이성을 유지한다. 따라서 자신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의 범위 내에서 ‘기꺼이’ ‘즐겁게’ 쓸 수 있는 지출의 범위를 구획하고, 그 범위 안에서 심리적 충만감을 얻는 쪽으로 합리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이 ‘가심비’라는 현상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돈 걱정 없이 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나에게 가격대비 큰 만족을 줄 수 있는 특정한 부분에서만 과감히 소비를 늘리는 합리적인 소비족이 바로 가심비족인 것이다.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을 중시하는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업무 스트레스에 대한 보상을 위해 해외여행이 증가하고 있고, 남들보다 개성 있는 물건이나 글로벌 이슈 상품을 갖기 위한 해외직구를 일상적으로 이용하며, 취미생활을 위해 드론이나 영상캠 같은 고가품도 기꺼이 구입하는 등의 가심비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 아이돌 등 특정 인물, 웹툰과 연관된 상품인 ‘굿즈(Goods)’ 소비의 증가도 가심비와 관련된다. 심지어는 즐거움이나 재미를 위해 돈을 다 써버리는 ‘탕진’의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러나 돈을 탕진해 버렸어도, 즐거웠으니 괜찮다며 스스로를 위안해 준다. 사실 나에게 더 중요하고 필요했던 건 돈이 아닌 즐거움과 심리적 위안이었기 때문이다.
또 다시 새학기가 시작된다. 돈 쓸 일도 많고, 놀거리도, 해야 할 일도 산처럼 다가올 시기이다. 무엇만이 중요하고 가치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중요하다’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나에게 가치있는 일이다. 새학기를 맞이하는 새로운 마음으로 내 인생의 중요함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나의 소비생활을 어떻게 해나가는게 좋을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절약도 좋고, 욜로도 좋고, 심지어 약간의 탕진도 좋다. 다만 그 행위의 주체인 내가 그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계획하고, 실행했고, 그래서 만족했다면 되는 것이다. 내 삶의 주인인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그래서 행복할 수 있는 새학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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