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어려서부터 결혼에 비관적이었다. 아마 그 이유는 좋은 모범을 보여주지 못한 부모님과 미디어의 영향이 클 것이다. 자라면서 결혼을 하고 더 행복하게 사는 사람보다 더 힘들게 사는 사람을 많이 봐온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을 만나고 결혼에 대한 내 생각이 조금은 변화를 맞았다. 바로 선호빈의 쓴 <B급 며느리>이다.
이 책은 현실적인 고부갈등을 다루고 있다. 같은 이름을 한 다큐멘터리 영화의 뒷이야기니 현실적이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하겠지만,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결혼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결혼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함께 살아가는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난관을 이 책에서처럼 임신이라는 하이패스를 통해 통과하게 된다면 책 속의 두 주인공처럼 예기치 못한 폭풍우를 만날 수 있다.
김진영 씨는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여자였고, 선호빈 씨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 남자였다. 선호빈 씨는 김진영 씨의 직설적인 성격이 좋았다. 아이가 생기면서 둘은 결혼하게 됐고, 그가 좋아하던 그녀의 직설적인 성격은 곧 그가 바꾸고 싶은 것이 됐다. 그녀는 그의 부모님에게도 일관적으로 직설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다음은 전형적인 고부 갈등의 향연이다. 평범한 고부갈등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는 쉽게 물러서는 성격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물론 서로 많은 전쟁을 치르면서 어느 정도 서로를 이해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좀 더 배려하게 됐다는 점은 처음과 다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짠! ‘해피리 에버 애프터’(happily ever after)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 이 책의 포인트다.
김진영 씨는 말한다. 결혼은 나쁜 것이 아니라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독립된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 자신과 남편을 닮은 아이가 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아주 각별한 경험이라고. 그녀는 한국 사회에서 결혼의 본질이 훼손되었음을 부인할 순 없지만, 그런데도 문제는 맞서 싸우면 된다고 주장한다.
<B급 며느리>에서 B는 어른들이 정한 A급 며느리의 기준에 들기 위해 발버둥 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요상한 마법이 된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라는 말에서 마법을 걷어내고 사람 대 사람으로 마땅히 지켜야 할 선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김진영 씨는 그런 사람이다. 서로의 선을 지켜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며느리들을 A, B, C급이 아닌 하나의 진정한 독립체로서 인정하는 방법이며 고부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아닐까?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테지만 그녀의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맞서 싸우면 된다. 이미 답이 없는 문제만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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