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쌀쌀하고 변덕스러운 날씨지만, 우리는 요즘 4월의 봄을 즐기고 있다. ‘4월은 잔인한 달’이란 말이 있는데, 영국 시인 Eliot의 서사시 ‘황무지’에 나오는 유명한 시 구절인 “April is the Cruellest Month”에서 유래한 것이지만, 이 시의 관념적 의미와는 무관하게 한국의 현대사에서 4월은 참으로 잔인하고 비극적인 사건들로 얼룩져 있기에 한국인들에게 이 말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4월을 특별히 잔인하게 만든 첫 번째 비극은 1948년 발생한 제주 4.3 사건이다. 1947년 3월 1일 제주에서 발생한 대규모 시위 도중 경찰 발포에 의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되어, 이듬해 4월 3일 발생한 남로당 무장대의 봉기에 대해 경찰과 군, 서북청년단 등이 무분별하고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만 명의 무고한 제주도민이 희생된 이 사건은 지난해 70주년을 맞았지만 아직도 봉기, 항쟁, 폭동, 사태, 사건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면서 정확한 역사적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4월에 발생한 또 다른 사건은 ‘사법살인’으로 불리고 있는 1975년 4월 8일의 이른바 인혁당(인민혁명당) 사건이다. 유신 시대의 공안 당국이 무고한 시민들을 잡아들여 무자비한 고문 끝에 인혁당이라는 반국가 단체를 조작하였고, 자백을 강요당한 8명에게 대법원이 사형을 선고하고 18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형을 집행한 박정희 정권 시대의 대표적 인권 탄압 사건이다. 국제법학자회는 사형이 집행된 1975년 4월 9일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선포할 만큼 국제적으로도 충격을 준 사건이다.
4월에 일어난 또 다른 비극적 사건으로 4.19 혁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시민과 학생의 힘으로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자랑스러운 승리의 기록이지만 이 과정에서 18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실은 자칫 망각하기 쉽다.
위의 세 사건 모두 불의한 국가 권력이 시민의 인권을 무자비하게 유린했거나, 부당한 국가 권력에 맞선 시민들이 억울하게 희생당한 공통점이 있다. 다른 어떤 힘보다 정의롭게 행사되어야 할 국가 권력이 자행한 만행들이기에 우리는 이 사건들을 반추하면서 강한 분노와 함께 공포와 절망마저 느끼게 된다.
인혁당 사건의 경우 다행히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지만, 여전히 사건 희생자들이 유죄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이념적 공격이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또 다른 깊은 상처를 주기도 했다. 대통령 선거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던 이 사회적 논란의 과정에서,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진 많은 양심적 시민들이 형성한 올바른 여론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데 큰 힘이 된 것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가 권력의 일탈에 맞설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역시 시민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감시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다시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지나간 사건들의 진상 규명과 역사적 평가도 제대로 이루기 전에 또다시 우리 세대에게 닥친 4월의 잔인한 사건이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이다. 노후한 선체에 과적으로 인한 단순 사고라는 거듭된 주장과는 달리, 인양한 선체에서 뚜렷한 외력의 흔적이 발견되었고 사고 발생 전후의 선체 내 영상 기록이 의도적으로 삭제되거나 교체된 정황이 보인다는 진상조사위원회의 최근 보고로, 이 사건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도 국가 권력을 포함한 부당한 공권력이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우리 세대의 가슴에 도저히 씻기 어려운 아픈 상처를 남긴 세월호 사건의 진상을 명백히 규명하고 유족들의 아픈 상처를 달래기 위해서도, 이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관심과 끈질긴 감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 학생들이 한국 현대사의 ‘가장 잔인한 달’ 4월을 맞아, 지나간 역사적 사건들을 진지하게 돌이켜 보면서 이 사회의 성숙한 구성원이 갖추어야 할 올바른 자세와 덕목을 가다듬는 계기로 삼을 수 있기를 엄숙하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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