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어제처럼 조그만 방에서 불빛이 새어나온다. 나의 발소리에 그 불빛은 잠깐 멎었다 다시 새어나온다. 나는 최대한 발소리를 죽여 그 방으로 가 문을 연다. 불을 끄고 이불 속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동생을 보고 나는 소리친다. “엄마~! 얘 게임해요!!” 결국은 엄마의 입에서 그 단어가 나온다. ‘게임중독.’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사전은 ‘게임에 지나치게 빠져, 게임을 하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를 게임중독이라 정의한다. 이전까지 우리는 ‘병적 상태’라는 사전의 정의와 다르게 게임중독을 병(病)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리는 ‘게임중독’을 비난하기만 했지 치료해야할 병으로 대하지는 못했다.
세계보건기구(이하 WHO)는 지난달 25일 게임중독에 대한 내용을 담은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안(ICD-11)’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공식 지정했다. 이러한 발표는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고 파장이 컸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였다. 이 문제와 관련된 정부 부처 간에도 이견을 보였고, 게임업계와 의료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WHO가 게임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하기 전인 지난달 21일, MBC <100분 토론>에선 ‘게임중독 질병인가 편견인가’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에서는 게임 방송으로 유명해진 1인 크리에이터 대도서관(나동현)이 참가해 더욱 화제가 됐다. 그는 “많은 사람이 게임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 최근의 인기 게임은 생각 이상으로 심오하고 전략, 전술적인 판단력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게임에서 승리와 성취감을 얻기 위한 일련의 노력과 사고 과정은 우리가 강조하는 공부, 학습과 전혀 다를 바 없다”고 말하며 게임중독은 편견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한양대 정신의학과 노성원 교수는 “술을 마시는 모든 사람을 우리가 잠재적인 알콜 중독자로 보지 않듯이 게임 또한 건전하게 여가 활동으로 즐기는 사람이 대다수다. 하지만 그 이면에 만 4일동안 먹지도 자지도 않고 게임을 하다가 응급실에 실려오거나, 한 가족의 가장임에도 게임을 끊지 못하고 월급을 전부 쏟아 부을 정도로 심각한 사례도 있었다”며 게임중독의 질병적 특성을 강조했다.
게임중독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논쟁들을 지켜보며 필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법조계에서는 ‘게임중독’을 어떻게 볼까? 물론 법조계 의견도 다양할 것이지만, 만약 게임중독을 정신질환 중 하나로 본다면 이는 심신미약의 사유에 해당하는 것인가? 그러면 아직 기준이 모호한 게임중독을 질병이라 주장하며 감형을 노리는 범죄자도 생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게임중독의 질병 지정은 의료업계와 게임업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필자가 생각했던 법조계뿐만 아니라 교육계와 정보통신업계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기에 WHO의 결정을 우리나라에 적용하기 전에 사회적으로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논의해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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