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9월 김씨(48)가 성인 남성에게 위협당하는 딸을 보호하기 위해 상대방을 죽도(竹刀)로 때려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 사건에대한 1심이 지난달 30일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렸는데, 7명의 배심원단은 ‘면책적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만장일치로 평결했다. 이에 재판부는 배심원단의 평결을 반영해 ‘피해자의 행동은 모두 피고인 딸에 대한 위협적 행동이었다’라며 정당방위로 판단해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우리나라 현행법상 정당방위는 인정하는 요건이 까다로워서 이번 판결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형법> 제21조는 1항은 정당방위에 대해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부당한 침해’, ‘상당한 이유’와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우리 법원에서는 엄격하게 해석해왔다. 그래서 자신을 위협하는 폭력에 폭력으로 방어권을 행사했다가 처벌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2014년 3월 강원도 원주에서 있었던 ‘도둑 뇌사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정당방위를 인정받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해준다. 당시 20살의 최씨는 자신의 집에 침입한 도둑을 빨래건조대로 때려 뇌사에 이르게 했고, 도둑은 결국 사망했다. 이에 재판부는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고 최씨에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했다.
이 사건에 앞서 2011년 경찰청은 ‘쌍방폭행 정당방위 처리지침’을 발표했는데 ▲방어행위여야 한다 ▲상대에게 도발하지 말아야 한다 ▲먼저 폭력을 행사하면 안 된다 ▲가해자보다 더 심한 폭력은 안 된다 ▲흉기나 위험한 물건은 사용하면 안 된다 ▲상대가 때리는 것을 그친 뒤의 폭력은 안 된다 ▲상대의 피해 정도가 본인보다 심하면 안 된다 ▲전치 3주 이상의 상해를 입히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도둑 뇌사 사건’의 최씨는 위 내용을 지키지 못해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의 정당방위법은 피해자를 보호하기보다는 피해자가 피해를 본 후에야 가해자를 처벌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미국은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범위가 넓다. 미국은 독립전쟁 동안 민병대로 구성된 군으로 영국군을 격퇴한 역사와 국토가 광활하여 공권력이 일일이 개인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상당한 이유’를 넓게 해석하고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미 16개 주에서 실시하고 있는 ‘성의 원칙(Castle doctrine)’ 규정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정당방위에 관한 규정에서 더 나아가 ‘부당한 침해’가 이뤄진 장소가 집이라면 침입한 가해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과 여건이 다른 우리나라에서 그들과 같이 범위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할 수는 없겠지만, 공권력의 보호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행한 자력구제행위는 적어도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정당방위를 악용하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지만 이를 밝히는 것은 경찰과 검찰, 그리고 사법부의 몫이다. 부당한 폭력에 맞선 선량한 국민이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실형을 선고받는 일이 없도록 정당방위에 대한 현실적인 법해석과 관련 법률을 정비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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