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실현을 하는 삶이 성공한 인생이다. 이것은 현대사회에서 당연한 명제가 되었다. 따라서 자아실현을 하지 못한 삶은 실패한 인생이라는 것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자아실현을 통해 성공한 인생을 이루는 방법에 대한 수많은 책과 강연들이 쏟아지는 지금의 상황을 보면 이 사실이 납득간다.
자아실현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고려해 그에 맞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과연 자아실현을 한다고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적성과 흥미에 맞는 학교와 직장을 다닌다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일까?
문제는 자아실현을 위해 하나의 고정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고정된 목표에 따라 우리는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행복할 자격을 잃은 것처럼 좌절하며, 주변에서는 실패자라 여긴다. 설사 그 목표를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다시 새로운 목표를 위해 달려야 하고, 목표를 세우지 못하면 무기력함에 빠지게 된다.
우리의 삶은 100m 달리기보다는 마라톤에 가깝다. 그리고 이 길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그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다. 바로 이 관계 속에서 자아가 살아 숨 쉬는 것이다. 즉 자신의 자아는 타인들의 자아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변화와 발전을 겪는다. 타인과 연결된 자아를 자신의 적성과 흥미만 고려해 일정한 테두리 안에 가두는 것은 편협한 태도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아를 중심으로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다시 탐구할 필요가 있다.
위의 주장을 근거로 신비주의를 소개하려 한다. 신비주의란 몇몇 성인들이 공통으로 밝힌 궁극적 진리를 담은 사상으로, 인간 존재의 근원을 알아내고자 하는 학문이다. 신비주의에 따르면 인간의식의 가장 심층적인 수준에 궁극적 실재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학파에 따라 이 궁극적 실재를 신(神), 브라만, 진여(眞如), 도(道), 일자(一者) 등으로 부른다. 각기 명칭은 달라도 공통으로 주장하는 것은 모든 인간은 본성에 내재한 이 궁극적 실재와의 합일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와 타자는 하나의 공통된 실재를 가지고, 추구한다는 점에서 분리된 존재가 아닌 “비이원적 실재”다. 즉 인간은 타인과의 합일을 지향하기도 하고 또 필요로 한다.
현대의 자아실현은 같은 실재를 나눠 가진 타인이 경쟁자가 되는 단거리 레이스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이러한 자아실현의 결말은 비극이다. 우리는 이제 시선을 자신에서 타인에게로 돌려야 한다. 자기중심적으로 세운 단편적인 목표가 아니라 동일한 실재를 가진 타인과 함께 궁극적 실재를 추구해야 한다. 타인과 함께하는 이 마라톤에서 좌절은 없고 가야 할 길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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