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들은 대개 즐거운 기분으로 여름을 맞이하곤 했다. 그때가 되면 도시가 바다를 향해 활짝 열리면서 젊은이들을 해변으로 쏟아 놓는 것이다. 그런데 가까운 바다로의 접근이 금지되고 육체는 이미 기쁨을 누릴 권리가 없었다. 그러한 조건에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페스트로 인해 일상의 기쁨을 빼앗긴 오랑시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 구절을 읽으며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의 많은 부분을 빼앗긴 우리의 모습과 같다고 느꼈다. 책에 나오는 알제리의 해변 도시 오랑에 퍼진 페스트는 약 1년 가까이 지속될 만큼 치명적이었다. 페스트가 확산되어 결국 마을이 폐쇄되자 사람들은 공포와 무력감에 지배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등장인물들 간 공포에 대응하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페스트>에는 의사 리유, 신문기자 랑베르, 서기관 그랑, 기회주의자 코타르가 나온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리유는 의사로서 질병을 물리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신문기자 랑베르는 외지인 출신으로 프랑스에 있는 아내한테 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오랑시를 벗어나고자 한다. 그러나 탈출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자 결국 보건대에 지원하여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며 오랑시에 남게 된다. “우리는 더이상 사랑할 줄 모르게 되고 만 겁니다. 단념합시다 선생님. 사랑할 수 있기를 기다립시다.”
서기관 그랑은 가장 현실적인 영웅이다. 시에서 임시직 보조로 서기관직을 맡으며 가정생활도 순탄치 못해 아내마저 떠나버린 초라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보건대 서기라는 자원 봉사직에 지원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한다.
기회주의자 코타르는 페스트가 심해질수록 오히려 편안함을 느낀다. 과거 다른 도시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오랑시로 도망온 그에게 도시가 폐쇄되는 것은 오히려 그를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혼란한 사회 속에서 어떤 의무도 행하지 않고 불법으로 금전적인 이익을 취한다. “난 말이죠, 페스트 안에 있는게 더 편안해요. 그런데 왜 내가 그것을 저지하는데 끼어들어야 하는지 알 수 없군요.”
위의 4명은 소설 속 가상 인물이지만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이들과 비슷한 사람이 있다. 코로나19 초기부터 병원을 지키며 사람들을 치료하는 수많은 의사들, 가족을 두고 용감하게 대구.경북으로 의료지원을 가는 간호사들,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국민들까지. 물론 이때다 싶어 마스크를 사재기해 금전적 이익을 취하는 코타르와 같은 사람들도 종종 있다.
카뮈가 살아있어 오늘날의 한국 사회를 봤다면 어떤 말을 했을까? 책 속에 나오는 한 인물의 대사를 통해 이미 답을 한 것 같다. “이 모든 일은 영웅주의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단지 성실성의 문제입니다.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입니다. 그것은 자기가 맡은 직분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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