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지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다. 즉, 코로나19 이전의 사회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이는 결국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전염병에서 영원히 자유롭다고 보장할 수 없다는 의미다. 아마 우리는 이번 코로나19사태를 통해 앞으로 닥칠 유사한 위기에 어느 정도 대처할 능력을 길렀을지 모른다. K-방역의 위상과 함께 개인들의 방역 수칙준수에 대한 의지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코로나 블루’에 이어 ‘코로나 레드’,‘코로나 블랙’이라는 신조어는 우리 사회에 분노와 절망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무엇인가 잘못됐다.
사실 기자는 방역 수칙 준수 여부를 철저하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취재를 시작했다. 코로나19가 조성한 사회적 공포감을 경감시켜줄 것은 빈틈없는 방역 지침 이행이라고 생각했기에, 이를 전달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취재를 하면 할수록 처음과는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방역의 책임이라는 화살을 누구에게 겨눌지 고민하게 되는 자신을 보면서 의문이 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검열이 아닌 신뢰와 연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방역 수칙 준수는 중요하며 이를 어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재는 필요하다. 방역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의 감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서울대 유명순 보건대학원 교수의 코로나 국민 인식조사에 의하면, 사람들은 코로나19 감염 자체보다 확진됐을 때 받을 비난과 피해를 더 두려워한다고 한다.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거나 발생을 알리는 기사에 달리는 댓글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결과다. 확진 판정을 받은 콜센터 노동자가 왜 새벽부터 녹즙을 배달해야 했고, 왜 재택근무가 불가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 채 ‘알아서 조심했었어야지’라고 쉽게 비난한다. 기자는 노인 확진자 동선 알림 게시글에 달린 댓글을 아직도 기억한다. ‘노인네가 왜 이곳저곳 버스를 타고 쏘다니느냐’ 는 내용이었다.
다소 진부한 이야길 수 있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방역과 함께 사회적 연대와 상처에 대한 치료다. 우리는 앞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갈 뉴노멀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대로라면 사회에 피로와 분노라는 감정이 만연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잃어버린 일상과 상실감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확진자에 대한 지나친 비난과 검열을 거둬야 한다. 또한 이는 다시 개인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 논의돼야 할 것이다. 앞으로 나아갈 힘의 원천은 검열이 아닌 연대이다. 결국 나의 생활반경도 이웃이 어떤 바이러스에 감염됐느냐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으므로, 가까운 이웃에게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를 인지하고 있다면 진정한 의미의 준비된 포스트 코로나 세대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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