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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어이! 문제는 공정(公正)일세!
제 957 호    발행일 : 2021.05.03 

  조금 지난 이야기이고 이미 여러 사람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일일 수도 있겠지만, 이 기회에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일이 있다. 바로 4월 초에 있었던 재보궐 선거이다. 4·7 재보궐 선거에서 나타난 표심을 통해 분석된 여당의 패배 원인에는 실패한 부동산정책과 LH 직원들의 투기 사건, 전 시장들의 성추문, 조국 사태와 그 후의 법무장관 사태 등등이 언급된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작용했을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사람에 따라 그들의 우선순위도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느끼는 분노의 임계점이나 중요도는 다른 법이니까. 하지만 여당 패배의 원인이라고 언급되는 모든 요인들이 별개의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전 세계적으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세 가지가 있다는데, 그건 리암 니슨의 딸, 존 윅의 강아지, 그리고 원빈의 옆집 소녀라고 한다. 그럼 이 농담의 아류로서 한국에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세 가지는 무엇일까? 바로 어린이, 군대, 그리고 수능이란다. 첫 번째 세 가지에서 우리는 인간의 사회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인 “사회적 약자의 보호”라는 원칙을 발견할 수 있고, 한국의 세 가지에서는 그것 외에도 “공정(公正)”이라는 또 다른 원칙을 발견할 수 있다. 인간 사회에서는 사회적 약자의 보호라는 것이 결국 대부분이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것으로 인정하는 일이므로 이 원칙도 공정이라는 원칙으로 통합되는 것이 무리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면 한국에서는 공정의 원칙이 무너지는 것에 굉장히 민감하다고 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언급되는 위의 3가지는 모두 “공정이라는 원칙 위반”이라는 점에서 통합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사회적 약자 보호”, 더 나아가 “이상적 사회 건설” 등과 같이 공정과 관련된 사회적 어젠다에 대해 관심과 민감도가 가장 큰 세대는 누구일까?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발견된 특징 중의 하나는 바로 변화된 20대의 표심이다. 작년 총선에서 나타난 집권 여당에 대한 20대의 지지율에 비해 올해 재보궐 선거에서는 집권 여당에 대한 20대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 결과에 대한 해석도 여러 가지일 수 있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공정이라는 원칙에 가장 민감하고 열정적인 청춘들의 눈에 그 원칙이 훼손당하고 있다고 여겨지니 그들이 몹시 불편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나 정부 그리고 권력을 가진 정치인들과 언론처럼 국가나 사회를 선도하는 이들은 일반인들보다 높은 가치관이나 기준에 의해 평가받을 수밖에 없고, 대의(代議) 민주주의에서 그들이 살아온 삶의 과정이 공정했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주체는 그들이 아니라 대중(大衆)이다. 20대 청년들에게 보수와 진보 같은 정치적 진영 논리는 더 이상 관심거리가 아닐 수 있다. 그들에게 더욱 큰 관심사는 그들이 겪어야 할 과정이나 앞으로 해야 할 경쟁들이 기울어지지 않은 운동장에서 동일한 출발선을 가지고 이루어지느냐의 여부일 수 있다. 그렇기에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지난 대선에서 그들의 마음을 그토록 설레게 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공정의 원칙은 잘 지켜지는지, 그래서 열심히 노력한 자가 정당한 대가를 얻을 수 있는지를 되짚어보고 개선할 책임이 정치권 모두와 기성세대에게 이 전보다 훨씬 더 큰 숙제로 남겨진 선거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래전 미국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나왔던 빌 클린턴의 캐치 프레이즈였던 “It’s the economy, stupid!”를 응용해서 이 글을 마쳐보자. “어이! 문제는 공정(公正)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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