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뭘까? 올해 초 TV 프로그램 유퀴즈에 출연했던 정세랑 작가는 “어떤 질문이든 답을 알려주는 사전이 있다면 묻고 싶은 것은?”이라는 물음에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질문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라고 했다. 마치 길이 정해진 것처럼 거침없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산재 노동자의 이야기를 소설에 풀어내 온 그도 지금 세상이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문제투성이다. 성별 갈등, 아동 학대 문제, 장애인 차별 문제, 노동자 인권 문제, 부정부패… 매일 다른 뉴스가 뜨고 그게 또 삽시간에 퍼져나가는 속도를 지켜보고 있자면 혼란스러움에 누구나 똑같이 질문할 것이다. 정말 우리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요? 신이 아닌 이상 아무도 그 질문에 대해 확실한 대답은 못하겠지만, 나름의 답을 <우리에겐 오해가 있다>에서 찾을 수 있었다.
<우리에겐 오해가 있다>는 전업 작가 이슬아와 응급의학과 의사인 남궁인이 서로에게 쓴 편지를 엮은 서간문 형태의 에세이다. 책 내내 두 저자는 서로를 궁금해하기도 하고, 자신을 들춰보기도 하면서 편지를 써간다. 하지만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적당히 화두를 꺼내고, 축하의 인사와 함께 마무리하는 일반적인 편지와는 조금 다르다. 이 편지에는 ‘지적’과 ‘반성’이 있다. 내가 받은 편지에 나를 지적하는 내용이 들어있다면 매우 당황스러울 것 같지만 두 저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지적과 반성을 반복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남궁인은 자신의 연애 경험에 관해 쓰다 “애인에게 야단맞고 벌을 서거나 쫓겨나기도” 했다고 말한다. 이슬아는 이 글에 대해 애인에게 폭력적인 행위를 당한 것이 특정 젠더 권력 내에서만 통용되는 농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 편지의 남궁인은 응급실에서 자신이 실제로 보고 겪었던 한 성별에게만 가해지는 일방적인 폭력을 상기하며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그런 의미에서 편지란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대화다. 먼저 자신의 의견을 충분한 시간 동안 생각해서 적확한 표현으로 쓰기 때문에 오해가 적고, 그 방식이 글로 남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 또, 으레 편지를 받으면 답장을 해야 하므로 어느 정도는 피드백이 필수적인 환경이다. 처음 편지를 받았을 때는 자신을 지적하는 내용에 흥분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생긴다. 충분한 시간을 가진 후, 결국에는 반성의 답장을 보낼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편지는 익명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기본적인 예의를 갖출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화”라고 대답하고 싶다. 아주 논리적이고 평등한 대화. 편지 쓰기와 같은 대화 말이다. 우리가 편지와 같은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아주 많은 문제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남궁인처럼 실수는 할 수 있지만 받아들이고 뉘우칠 수 있을 것이며, 이슬아처럼 누군가에게 상처 주지 않고 용기 내어 의견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대화를 시작할 차례다. 대화에 나서기 전, 아름다운 문제 해결의 과정을 이 책에서 직접 목격하길 바란다.








신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