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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보다> 사라진 내 햄버거 속 양상추를 찾습니다
제 961 호    발행일 : 202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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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깨빵 위에 순쇠고기 패티 두 장, 특별한 소스, 양상추, 치즈, 피클, 양파까지♪” 세계적인 햄버거 프랜차이즈, ‘맥도날드’의 이 유서 깊은 빅맥 로고송을 모르는 이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맥도날드를 마음의 고향으로 삼을 정도로 사랑하는 기자의 경우, 도입부의 ‘참깨빵’만 들려도 파블로프의 개 마냥 그 뒤 가사 속 재료들을 저절로 읊는다. 촉촉한 빵, 육즙 가득한 패티, 묘하게 중독성 있는 소스, 고소함을 더하는 치즈 한 장, 그리고 느끼함을 잡아주는 양상추, 피클, 양파 이 삼총사의 조합이란. 별거 없는 듯하면서도 대체 불가능한 그 매력적인 맛. 죽기 전에 빅맥 개발자를 만날 수만 있다면 그에게 존경을 담은 90도 인사를 선물하리.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 완벽한 조합에 균열을 내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21일, 한국 맥도날드는 공식 사이트를 통해 “양상추 수급이 불안정해 앞으로 버거에 양상추가 평소보다 적게 들어가거나 제공이 어려울 수 있다”라고 공지했다. 아니, 양상추 없는 햄버거를 햄버거라고 말할 수 있나? 그건 그저 고기 끼운 빵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닌가? 햄버거 마니아로서 차마 믿기 힘든 현실에 눈물을 머금고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양상추 실종사건이 벌어진 곳이 글쎄 맥도날드 한 곳뿐이 아니란다. 롯데리아와 버거킹, 서브웨이 또한 뒤이어 같은 이유로 양상추가 포함된 모든 메뉴에서 이를 정량보다 적게 제공하거나 다른 사이드 메뉴를 지급하겠다는 공지를 게재했다. 이 같은 양상추 연쇄실종사건이 일어난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범인은 바로 다름 아닌 ‘이상기후’다. 올가을 늦장마로 인한 병해 피해도 모자라 때 이른 한파로 냉해 피해까지 겪게 되니 양상추 생산량이 급감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피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양상추 실종사건의 규모까지는 아니지만, 지난해에도 유난히 길었던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토마토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일부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에서는 ‘토마토 실종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 토마토뿐만이 아니다. 참깨 또한 같은 기간 동일범에 의해 ‘참깨 집단학살사건’을 겪었다. 참깨는 생육 특성상 참깨 꼬투리가 형성되는 성숙기에는 건기여야 잘 성장할 수 있는데, 이 기간에 장마가 길어지는 바람에 지난 20년을 통틀어 최악의 작황을 맞이했다. 실제로 지난해 참깨 가격은 전년 대비 두 배나 급등했으며, 수많은 국내 식품업체가 국산 참기름 생산을 포기해야 했다. 창사 이래 가공식품 주원료로 국내산 농산물만을 고집해온 유기농 친환경 기업 ‘한살림’마저 올해 필요한 참깨량의 11%밖에 확보하지 못했다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수입산 참깨 사용 여부에 관한 찬반 설문을 진행할 정도였다. 올해 초 전국민을 파테크(파+재테크) 열풍, 일명 ‘대파코인’에 탑승하게 했던 대파도 마찬가지다. 대파 한 단이 만 원에 육박할 정도로 심각했던 ‘대파 실종사건’의 원인은 대파 주산지인 전남 신안과 진도에 내린 전례없는 폭설이 그 시작이었다.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 기인한 대파 출하량 급감이 가격 폭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어느새 우리가 매일 먹는 밥상까지 성큼 다가왔다. 지난해 말,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기후변화가 가장 무서운 이유는 식량 때문이다. 작년 초 호주에서 발표한 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의 강수량에 일부 변화만 생겨도 몇억 명이 기아에 시달리게 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농업생산량 감소가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로 자리잡은 지금, 우리나라 또한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상기후로 인한 국내 농산물 피해는 매해 반복되다 못해 점차 그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위태로운 실정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은 그 어느 곳에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집 앞 편의점만 나가도 먹을 게 널리고 널린 우리나라가 ‘식량난민 위험국’이란 사실을 아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믿기지 않겠지만, 우리나라의 식량 및 곡물자급률은 OECD 국가들 중에서도 매해 최하위다. 지금은 가격 폭등 정도에 그치는 정도일지 몰라도, 만약 이런 상황이 가속화된다면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나라는 지금껏 겪어본 적 없는 전대미문의 식량위기와의 전쟁을 치르게 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관련 부처는 식량 안보 최하위 국가라는 현실에 경각심을 갖고, 기후 위기 현황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식량 안보의 최전선에 서 있는 농업인들이 이상기후 속에서도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농업 부문에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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