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노무현 정부는 지역 격차 문제를 경제발전 과정의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토균형발전법>을 제정했다. 노무현 정부 이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 모두 인식의 차이 있었지만, 균형 발전에 대한 문제 인식은 같았다.
2020년 기준 국토면적의 11%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52%가 살고 있다.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은 2017년 이미 수도권이 50%를 돌파했다. 즉 수도권에 인구와 돈이 집중되고 있다는 뜻이다. 수도권이 점점 비대화, 과밀화되고 있을 때 지방은 정반대로 가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보다 많은 ‘인구데트크로스’에 접어들었다. 인구감소는 자연스럽게 지방에 영향을 미쳐 226개 지방자치단체 중 ‘소멸위험지역’이 42%인 105곳으로 늘어났으며, 이 중 97곳이 비수도권에 위치한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감소뿐만 아니라 지방의 인구 유출도 심각하다. 특히 젊은 층의 인구 유출이 심각하다. 서울 중심의 대학 서열화가 갈수록 심화 되면서 지방의 우수 인재들이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대학으로 유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역 발전의 기반이 되었던 지방대학이 서서히 붕괴하고 있다. 한 일간지의 2021년 대학평가에 따르면 주요 대학의 65%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상위 20개 대학 중 지방대학은 단 두 개 대학에 불과했다.
지방대학의 붕괴는 지역소멸을 앞당기는 원인 중 하나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하여 지방대학의 미충원 사태가 계속되면 지방대학의 교육 여건과 경쟁력은 악화할 수밖에 없고, 우수 지역인재의 지방대학 기피 현상은 더욱 심해져 지방대 졸업생에 대한 차별과 취업 장벽을 더 높일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의 인재 수급에 문제를 일으켜 지역 산업 기반 자체를 허물고, 경쟁력 있는 기업의 지역 투자를 망설이게 하며, 기존의 지역 기업은 인재를 찾아 지역을 떠날 것이다. 그야말로 ‘지방소멸’이라는 악순환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지방이 살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중 하나는 지방대학을 살리는 것이다. 요즘 회자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그 해결책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우선 ‘지방거점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서울대 수준의 투자를 통해 각 지방의 핵심대학으로 만들어 그 지역의 인재가 몰리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지방의 사립대도 경쟁력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인재가 몰리고 기업이 몰리면 지방이 살아나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지방거점 국립대학에 대한 지원만 늘린다고 지방이 살아나지는 않는다. 이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의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즉 서울과 지방,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진정한 균형 발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지방대학이 배출한 인재가 취업을 위해 서울과 수도권으로 가야만 한다면 지방에 서울대 100개를 만들어도 지방소멸은 막을 수 없다. 따라서 양질의 일자를 제공할 수 있는 산업을 지역에 육성하고, 투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보다 효과적으로 지역 산업을 육성하고, 투자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에 더 많은 권한과 능력을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대등한 관계를 정립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과 능력을 지방정부에 이양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정하는 것이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한창인 이때, 우리는 유력 후보들이 지방분권과 균형 발전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는 공약을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일회용 선심성 지역공약만 남발하고 진정한 지방분권과 균형 발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는 후보를 가려내야만 지방이 살고 지방대학이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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