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9일 시행되는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캐스팅 보터’는 단연 20대 청년층이다. 매일같이 청년층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 것이냐에 대한 추측 기사가 미친듯이 쏟아지고, 후보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내가 청년들의 삶을 바꾸겠다”라며 청년 구원자를 자청하고 나섰다.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청년’이 그간 어떤 존재였는지 되짚어본다면, 이는 실로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유를 막론하고 청년층들에게 주목하는 선거 판세가 만들어진 것 자체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마냥 낙관적으로 바라보자니 그건 또 영 마음이 찝찝하다. “대한민국 청년들의 삶을 바꾸겠습니다”라는 청년층용 환심 멘트는 <대한민국 정치인이라면 한 번쯤 해야 할 말 BEST10> 따위의 책을 쓴다면 무조건 들어가야 할 정도로 정치판 단골멘트다. ‘항상 나왔던 말’이라는 걸 “그래도 항상 눈치보는 척 정도는 해줬단 거네”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늘 달라지는 게 없으니까 그냥 매번 하는 말 반복했다는 게 더 정확하다. “청년 여러분이 바로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라고 말하는 정치인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러나 그중 청년들의 ‘현재’를 바꾼 정치인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글쎄다. 선뜻 그 이름을 대기가 쉽지 않다. ‘청년들이 우리나라의 주인공’이라고 너무나도 쉽게 말하면서도, 정작 그 주인공들에게 마이크를 쥐여주는 어른들은 별로 없었었으므로.
정말 정치인들이 청년에 관심이 많았다면, 진정 청년들의 미래가 나아지길 원한다면 정치권부터 바뀌어야 한다. 선거철마다 환심사기용 멘트로 “얘들아 내가 잘해 줄게” 외치는 걸 넘어서, 청년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청년 정치 신인 양성에 힘써야 한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거의 대부분이 50대에서 60대다. 40대 초반만 돼도 “저 친구 참 젊구만” 소리 듣는 게 한국 정치판이다. 안 그래도 몇 없는 청년 정치인들마저도 대부분 금수저 집안에 엘리트 대학 출신이라 진짜 ‘보통’ 청년들의 이야기를 대변할 수 있겠냐고 욕먹는 판에, 이들마저도 단순 정당 이미지 재고 목적으로 데려와서는 쓸 만큼 쓰고 닳았다 싶으면 버리는 지금 정치권의 청년 정치인 소비 방식부터 갈아엎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청년들도 변해야 한다. 지난 3일 진행된 MBC <100분 토론>에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청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제 청년들에게 말하고 싶은 게 기성세대에게 묻지 말라는 거예요. “우리 어떻게 해요?”, “우리 뭐 해요?”, “이런 거 해 주세요”..... 이런 거 답을 구하지 말라는 거예요. (우리 기성세대도) 몰라요. 어차피 매 세대는 그전 세대보다 훌륭했어요. 저는 그렇게 느껴요. 더 똑똑하고, 더 많이 배우고요. 더 진취적이고요, 더 창의성도 강해요.
그러니까 기성세대한테 물어보지 말고 자기들끼리 답을 찾고 그 찾은 답을 가지고 부딪히는, 이런 방식으로 대들어야 뭐가 바뀌지 기성세대한테 부탁해봤자 전 될 거 없다고 봐요. 그냥 이용만 해먹는 거지. (중략) 그래서 제가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은 거예요. 믿지 마라. 답을 구하지 마라. 그냥 부딪혀라, 세상하고.
같은 대한민국 청년으로서 청년들에게 바란다. 지금 청년들이 견지해야 할 자세는 ‘바꿔 주세요’ 바라기만 하는 수용자(taker)의 태도가 아니라, 당당히 ‘내가 바꿀게’ 외칠 수있는 결정자(maker)의 태도다. 그래야 달라질 수 있다. 나라도, 우리 삶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또 해야 할 일은 ‘생각보다’ 많다. 가만히 앉아서 남의 이야기만 듣고 있을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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