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전쟁 같은 현실을 버텨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있다. 나를 사랑해 주는 연인? 넉넉한 재산? 연인은 있어도 좋지만 가끔은 없는 순간을 꿈꾸기도 한다. 내가 누울 곳과 빵과 장미를 살 수 있을 정도의 재산이 있다면 우린 살아갈 수 있다. 돈이란 건 누구에게나 얼마가 있건 모자라는 것이거나 혹은 그 반대의 특성이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회적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성공보다 실패를 많이 경험하는 우리에게는 ‘Safe Zone’이 필요하다. 우리가 힘들 때, 우리가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공간. 그 공간은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심리적으로 존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 그럴 수 있어. 니가 그런 결정을 했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나를 믿어주는 누군가가 있는 공간. 그 대상과 함께 있는 그곳이 ‘Safe Zone’이다.
그가 나에게 안정감을 느끼게 해 주고, 나도 그에게 안정감을 느끼게 해 주는 그런 대상이 나의 곁에 있다는 그런 상상. 그런 상상만으로도 우리의 긴장되었던 몸과 마음이 이완될 수 있다. 운이 좋은 사람이라면 나에게 처음으로 그런 격려와 위로를 해 주었던 사람이 나의 부모 혹은 양육자였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 다 그런 운을 타고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친구나 선생님, 나의 곁에 있던 좋은 어른 등이 그런 역할을 해 주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운이 없게도 나에게 그런 안정감을 주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면, ‘어린 왕자’의 왕자와 여우가 서서히 서로에게 길든 것처럼, 그런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훈련을 해야 한다. 나의 마음을 살피고 상대방의 마음을 살피고, 같이 아이스 댄스를 추는 것처럼 서로 보조를 맞추면서 친밀감을 쌓아나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나의 취약점, 나의 아픈 손가락 등에 대해서도 말할 용기가 필요하다. 누군가와 친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노출’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나도 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줘야 한다. 서로에게 위로가 돼 주는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나도 그도 다 그 관계를 위해서 노력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가까운 사람의 고민을 ‘잘’ 들어줘야 한다. ‘잘’ 들어주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말고 그곳에 그대로 있어라.’ 공감이란 마음을 비우고 듣는 것을 의미한다. 공감이란 다른 사람이 경험하고 있는 것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장자는 진정한 공감이란 자신의 존재 전체로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듣는 것에는 귀로만 듣는 것이 있고, 마음으로 이해하며 듣는 것이 있다. 그러나 영혼으로 들을 때는 몸이나 마음 같은 어느 한 기능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존재로 들을 때는 이런 모든 기능이 비워지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런 기능들이 비워졌을 때 전 존재로 들을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바로 앞에 있는 것을 그대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은 절대로 귀로 듣거나 마음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인간관계에서 공감은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가진 선입견과 판단에서 벗어난 후에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철학자 마르틴 부버(Martin Buber)는 삶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이러한 ‘현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서로 비슷한 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매 순간은 항상 새로 태어난 아기와 같이 이전에도 없었고, 절대로 다시 돌아올 수도 없는 새로운 얼굴을 가진다. 그래서 삶은 당신에게 미리 준비할 수 없는 순간순간의 반응을 요구한다. 과거의 그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에 반응할 수 있는 능력, 바로 당신의 존재 그 자체를 요구한다.”
공감에 필요한 존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는 공감하는 대신에 상대방을 안심시키고 조언을 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거나, 우리의 견해나 느낌을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와 달리 공감은 상대방이 하는 말에 우리의 모든 관심을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충분히 표현하고 이해받았다고 느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주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말 중에 다른 사람과 공감으로 연결하는 데 방해가 되는 장애물들이 있다. 예를 들어, 조언하기(내 생각에 너는 ~해야 해), 한술 더 뜨기(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나한테는 더한 일이 있었는데...), 가르치려 들기(이건 네게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거야), 동정하기(넌 어떻게 그걸 버텼니, 나 같았으면... 어휴, 참 안됐다), 말 끊기(그만하고 기운 내) 등이 있다.
기억하자. ‘무언가를 하지 말고 그곳에 그대로 있어 주자.’ 당신의 존재 그 자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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