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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보다> 나는 초현실주의 그 자체이다
제 967 호    발행일 : 202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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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미술사의 핵심은 무엇일까. 미술의 기원이 된 발렌도르프의 <비너스>? 아니면 다빈치의 <모나리자> 같은 르네상스 예술? 그것도 아니라면 인상파 고흐의 <해바라기>나 입체파 피카소의 <아비뇽의 아가씨들>? 사람마다 가치를 느끼는 예술 작품은 천차만별이다. 이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 본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화가는 자신의 그림을 가치 있게 여길 뿐만 아니라 본인만의 화풍을 더욱 발전시키고 짙게 만든다. 그만큼 자신이 행하는 이 예술 세계를, 자신의 예술성을 굳게 믿고 있다는 게 아닐까.
  많은 화가가 그러하겠지만 나는 이 사람만큼 본인의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나를 우러러볼 것이다. 어쩌면 나는 경멸당하고 오해받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위대한 천재가 될 것이고, 그것만은 확실하다.” 스스로 천재라 부를 정도로 자신의 예술성에 확신을 가진 그.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나는 최고의 즐거움을 경험한다. 내가 ‘살바도르 달리’로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음에”라고 말하던 그. 그는 거침없는 행보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스페인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다.
  달리를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그의 작품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봤을 흘러내리는 시계, <기억의 지속> 말이다. 부러진 나무 위, 득실거리는 개미 옆, 괴생명체 위에서 흘러내리는 시계는 모두 다른 시간을 가리키고 있다. 모든 게 죽어있는 듯한 모습에 주변 지형까지 삭막해 시계가 그것들의 죽은 시간을 가리키는 것 같았다. 이렇게 매력적인 그림에 나는 단번에 빠져들었고 전시에 관심을 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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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살바도르 달리 : Imagination and Reality’다. 해당 전시는 국내 최초 회고전으로 스페인 피게레스에 위치한 달리 극장 미술관,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 미국 플로리다의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의 소장품으로 구성돼있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열린 달리의 전시 중 가장 대규모 전시였다. 전시는 전 생애에 걸친 달리의 예술 세계를 연대기 순으로 소개하고, 회화뿐 아니라 영화와 패션, 광고, 디자인 등 활발하게 영향을 끼쳤던 기발하고 독특한 작업도 소개하고 있었다. 손이 닿을 거리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건, 그동안 모니터 속 달리의 작품을 봐 왔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느낌이었다. 감상하는 시점에 따라서 달라지는 달리의 작품을 생생히 경험할 수 있어 놀라우면서도 벅찬 감정을 느꼈다.
  이 전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달리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가’이다. 이 답은 밀레의 <만종>에서 찾을 수 있다. <만종>은 황혼에 한 남자와 여자가 삼종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달리는 어렸을 때부터 이 작품을 자주 접했고 수업 중에도 벽에 걸려있는 복제본에 집중했을 정도로 좋아했다. 이를 모티브로 열 개가 넘는 작품을 제작했을 정도로 달리에게 있어 <만종>은 특별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달리는 이 작품에서 소박함이나 경건함이 아닌 ‘불안’을 느꼈다. 평소 불안을 작품에 담는 화가로서 <만종>이 좋은 소재가 된 것이다. 특히 <슈거 스핑크스>라는 작품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큰 캔버스에 아주 작게 <만종>을 그려 넣어 불안을 표현했다. <만종> 외에도 다양한 작품에서 사이프러스, 개미, 목발 등을 통해 삶에서 느끼는 ‘불안’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어쩌면 그의 광기는 불안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 글 처음에 가졌던 의문, 서양미술사의 핵심은 무엇인가. 이는 작품 안에 자신의 삶을 녹여내고, 작품을 통해 영감을 주고받는 화가의 예술 행위 그 자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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