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TT 채널이 판치는 요즘 세상, OTT 채널과 비싼 영화표 때문이라도 같은 영화를 영화관에서 여러 번 보는 일이 흔하지는 않다. 그런데 나는 원래 결말을 아는 영화를 보고 또 보는 것을 좋아한다. 여느 때와 같이 깊은 새벽에 무엇을 볼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탑건>(1987)이 눈에 띄었고 그 길로 3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러닝타임 2시간과 여운으로 인해 신이 났던 한 시간. 그렇게 난 홀린 듯 <탑건:매버릭>(2022) 티켓을 예매했고, 관람하고 나서는 ‘2회차 관람 예매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2회차 관람에는 어떤 장면이 나올지 예상하며 더 기대감이 큰 상태로 관람했었고 역시나, <탑건:매버릭>은 실망시키지 않았다. 1회차 관람 때 발견하지 못했던 디테일을 발견하기도 했다. 두 번이나 관람했고, <탑건>에 미쳐있었기에 나의 알고리즘은 <탑건>과 <탑건:매버릭>으로 가득했다. 그 알고리즘으로 2주를 보내다 보니, <탑건:매버릭>이 다시 또 눈에 아른거렸다. 결국 그렇게 나는 3번이나 같은 영화를 내 돈 내산 했다.
<탑건:매버릭>은 친절한 영화다. <탑건>을 보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기존 <탑건>의 장면을 중간중간 보여주며 관람객들의 이해도를 높여준다. 하지만, 3차 관람한 사람으로서 한마디 하자면 <탑건>을 보고 <탑건:매버릭>을 관람할 것을 추천한다. 그렇게 한다면, 보지 않았을 때보다 약 10배 이상의 재미와 몰입도를 느낄 것이라고 보장한다.
<탑건> 관람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탑건:매버릭>에서는 기존 <탑건>을 ‘오마주’한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이게 재미있는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탑건:매버릭>에서의 오마주는 <탑건> 팬들의 심장을 더 뛰게 만든다. <탑건:매버릭>이 첫 장면부터 <탑건>과 동일한 OST로 시작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투기 이륙과 함께 달리는 매버릭의 오토바이, 반전 비행, 훈련생들과 교관의 첫 만남, 관제탑 가까이로 빠르게 지나가는 전투기, 비치발리볼 장면, 마지막 환호 장면과 화해의 장면까지 모두 ‘탑건’의 오마주 장면으로 ‘탑건’ 팬의 입장에서는 과몰입을 안 할 수가 없었다.
<탑건:매버릭>의 OST는 팬들의 심장을 더 뛰게 만든다. 첫 시작 장면에서 기존 ‘탑건’의 OST와 동일한 ‘Top Gun Anthem’이 깔리는 것부터 이미 심박수가 급격하게 증가한다. 그뿐만 아니라, <탑건>을 관람했던 팬들이면 알 것이다. 구스가 매버릭과 함께 불렀던 ‘Great Balls Of Fire’를 구스의 아들인 루스터가 똑같이 부른 그 장면이 얼마나 슬프고도 먹먹한 장면인지. 구스를 그리워하는 매버릭의 마음이 다시 한번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탑건:매버릭>을 안 봤어도 알 수 있는 장면에 등장하는 OST도 있다. One Republic의 ‘I Ain’t Worried’은 <탑건>과 오마주 되는 <탑건:매버릭>의 비치발리볼 장면에 깔리는 OST이다. 사실 이 장면을 볼 땐 나도 모르게 입을 막고 발을 동동 구르게 됐다. 마지막으로는 레이디 가가의 ‘Hold My Hand’이다. 이 OST는 영화의 여러 장면 중간중간에 다양한 버전으로 깔린다. 버전에 따라 아련하기도, 슬프게도 들리지만 엔딩까지 앉아있던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엔딩 장면에서 웅장하게 깔리는 이 OST가 정말 팬의 가슴을 얼마나 벅차오르게 만드는지.
<탑건:매버릭>의 강한 임팩트는 대사에서도 느낄 수 있다. 나는 대사 몇 가지가 뇌리에 깊게 박혔다. “It’s not what I am, It’s who I am”. 매버릭에게 파일럿은 그저 직업이 아닌 그의 전부이다. 이 문장은 ‘내가 여태껏 스포츠를 사랑해왔던 것이 과연 이런 느낌일까’ 싶으면서도 내 감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감정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떠한 일을, 누군가를 조건 없이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It’s time to let go”. 이 대사는 아이스맨이 아직도 힘들어하는 매버릭에게 ‘이제 놓아줄 때가 되었다’며 전한 대사이다. 누구에게나 아픔이 있듯이 매버릭에게는 루스터의 아버지, 구스의 죽음에 대한 아픔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이에 매버릭은 “I don’t know how”라고 대답한다. 어떻게 잊는지 모를 정도로 아픔의 깊이가 매우 깊다는 것이다. 매버릭이 눈물을 흘릴 때 나도 함께 눈물을 흘리며 생각했다. ‘내가 사랑하는 나의 친구, 나의 반려견이 세상을 떠난다면 과연 나는 흘려보낼 수 있을까?’ 나도 매버릭과 같을 것 같다. 어떻게 잊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을 뿐만 아니라, 잊으려 하면 더 강하게 생각나는 그 대상에 대한 것들이 날 더 힘들게 하지는 않을까. “Don’t think, Just do it”. 이 대사는 매버릭이 항상 주저하다 기회를 놓치는 루스터에게 진심으로 전한 조언이다.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 누군가가 내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라고 한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사실 나는 그냥 흘려보냈을 것 같다. 하지만, 루스터는 매버릭을 믿었기 때문에 그의 말을 따랐던 것이 아닐까, 루스터 또한 매버릭을 믿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원망할 그 어느 대상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만약, 이 글을 읽었다면 치열한 일상에서 벗어나 감동과 열광, 긴 여운을 주는 영화 <탑건:매버릭>은 꼭 한번 감상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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